보르네오 섬의 희귀동물인 천산갑이 사람들의 욕심과 미신 때문에 멸종 위기에 처했다.
20일(현지시간) 말레이메일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보르네오 섬 북부 말레이시아령 사바주(州) 일대에서는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천산갑을 흔히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보르네오 섬에서 천산갑은 더 이상 흔한 동물이 아니다. 총알도 튕겨내는 비늘이 관절염 등에 좋다는 미신이 퍼지면서 불법 밀렵이 잇따른 탓이다.
천산갑의 비늘은 류머티스성 발열을 억제하는 부적을 만드는 데 쓰인다. 비늘을 빻은 가루 역시 한약재로 사용된다.
특히 중국 부유층 사이에선 천산갑이 정력에 좋고 관절염과 천식, 요통 등의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소문이 퍼져 천산갑의 고기는 고급 식재료로 쓰이고 있다.
이 때문에 불법 포획된 뒤 도살돼 해외로 팔려나가는 천산갑은 말레이 당국에 적발된 것만 연간 1만 마리 이상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사바주는 1997년 천산갑을 보호종으로 지정하고 밀렵 적발 시 5년 이하의 징역과 5만 링깃(약1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있다.
하지만 천산갑 밀매로 얻을 수 있는 금전적 이익이 커 단속은 어려운 실정이다.
천산갑 고기가 1㎏당 120링깃(약3만1000원)에 거래되는데 이는 팜오일 농장의 하루 일당보다 훨씬 큰 금액이다.
특별한 요리에 쓰이는 천산갑의 태아와 살아있는 새끼를 가져다주면 마리당 2000링깃(약52만원)까지도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주민들 사이에서는 '천산갑 2~3마리만 밀매조직에 넘겨도 일주일 정도는 일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퍼져 인적 드문 해안에서 어선 등을 이용한 천산갑 해외 반출이 성행하고 있다.
사바주는 정글 지역 주민들을 상대로 멸종 위기 종에 대한 보전 의식 개선 캠페인을 벌이고 있지만 야생동물 전
엘리사 판장은 "갈수록 기승을 부리는 야생동물 밀매를 고려할 때 야생 천산갑이 이미 멸종한 수마트라 코뿔소와 마찬가지로 10년 이내에 멸종한다 해도 이상할 것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김수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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