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일 후 '엘리제궁(프랑스 대통량 관저)' 주인을 가리는 프랑스 결선투표 선거전의 막이 올랐다.
아버지 대를 이어 프랑스 정치사상 최초로 결선투표에 진출한 극우정당 국민전선(FN) 마린 르펜 후보는 당 대표직을 던지는 승부를 던졌다. 극우 이미지로 일관하다 실패한 아버지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한 것이다. 좌우를 아우르겠다는 르펜이 꾀하는 '표의 확장성'을 막아내야 하는 중도파 에마뉘엘 마크롱은 자신의 스탠스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대선 1차 투표가 끝나고 24일(현지시간) 결선투표 운동이 개시하자마자 르펜이 '선공'을 날렸다.
르펜은 FN 당수 지위를 버리는 '초강수'로 극우 후보가 아닌 '국민후보'로 탈바꿈한다는 전략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르펜 이날 공영 프랑스2TV에 출연해 "오늘부터 나는 FN 대표가 아니다"며 "나는 모든 프랑스 국민에게 희망과 번영, 안전을 가져다 대통령 후보"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정파를 뛰어넘어 좌우 확장 필요성에 따른 '고육지책'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당론에 구애받지 않는 사람이 될 것"이라며 "시스템이 우리를 영구적으로 희화화하려 하는데 최선을 다해 최고의 민주주의를 수호하려 한다. 국민 없이, 국민에 반해 행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르펜의 이러한 방침은 그의 부친인 장 마리 르펜이 2002년 대선 결선에서 결선까지 진출했지만 실패한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아 극우 이미지를 '탈색'하겠다는 복안으로 판단된다.
그럼에도 르펜은 1차 투표 선거일 사흘 앞두고 파리 샹젤리제 테러 희생 경찰관 영결식이 열리는 27일을 기화로 테러와 안보 강화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예상된다.
르펜의 공세를 막아야 대권을 거머지게 되는 중도신당 앙 마르슈(전진)의 에마뉘엘 마크롱은 상대적으로 여유롭지만 포용적 이미지를 견지한다는 입장이다. 마크롱은 이날 파리 8구에서 열리는 아르메니아 학살 추모식에 참석해 헌화하며 '통합 행보'로 첫발을 뗐다. 아르메니아 학살은 오스만투르크 제국 당시 이스탄불과 아나톨리아 동부에서 이슬람계 튀르크인이 기독교계 아르메니아인을 두 차례에 걸쳐 학살한 사건으로 이날이 120회 추모일이었다. 마크롱이 이날 현장을 방문한 데는 '통합과 세계화'라는 기조에서 흐트러짐 없이 자신의 선거운동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는 분석이다.
마크롱은 프랑스 특유의 '톨레랑스(관용)' 정책과 더불어 '망가진' 경제를 부흥시키는 데 경제전문가로서의 자신의 강점을 부각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프랑스는 최근 3년간 평균 성장률이 0.9%에 그치고, 4년 연속 10%대 실업률이 지속되는 등 더딘 경제성장률로 기존 정당이 무능하다는 인식에 기름을 부었다.
마크롱은 프랑수아 올랑드 현 사회당 정부 시절 경재장관 재임 시절 이루지 못했던 '프랑스판
그는 '제3의 길'을 주창했던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와 유사하게 노동 유연성 강화, 법인세 등 기업의 세 부담 경감을 주장한다. 불평등과 빈곤 문제에 대한 접근도 '재분배'보다 '공평한 기회'를 중시하는 자유주의 방식에 가깝다.
[장원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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