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선거규정을 악용해 대기오염 개선안 제출을 미루고, 담당 장관은 그 이유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대기오염이 '위급상황(emergency)'은 아니라 발언해 논란이 일고 있다.
24일(현지시간) 영국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이날 에너지부는 오후 4시까지 제출하기로 했던 대기오염 개선안 초안을 제출하지 않았다.
에너지부는 지난주 '퍼다(purdah, 선거기간)' 규정이 시작된 탓에 제출을 미룰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퍼다 규정은 선거가 임박한 시점에 행정부가 새로운 정책을 추진하는 것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18일 테리사 메이 총리는 조기총선을 발표했고, 국무조정실은 21일 퍼다가 시작됐다고 공표했다.
그러나 야당인 노동당·녹색당 등은 이 경우에는 퍼다 규정에 묶일 필요가 없다며 반발했다. 퍼다 규정이 "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는 예외로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지적에 안드레아 리드섬 에너지부 장관이 "(예외는) 국민의 건강이 위협받는 위급상황에만 적용된다"고 답변하며 논란은 확대됐다.
야당은 "영국의 대기오염을 위급상황으로 보지 않느냐"며 물고 늘어졌고, 리드섬 장관은 대기오염의 심각성을 인정하면서도 끝내 '위급상황'이란 표현을 쓰지 않았다. 리드섬 장관은 총선 후까지 개선안 제출을 미루겠다는 방침이다.
피오나 마크타가르트 노동당 의원은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에너지부가 개선안을 준비하는 사이에 슬라우시(마크타가르트 의원의 지역구)에서만 7명이 더 사망했을 것이다. 이를 긴급한 상황이 아니라고 할 수 있는가?
지난해 11월 영국 법원은 정부에게 지난 24일까지 대기오염 개선안을 마련하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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