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둠'으로 잘 알려진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가 올해 글로벌경제를 위협할 '블랙스완'(발생할 가능성은 낮지만 일단 발생하면 엄청난 충격을 줄 수 있는 사건)으로 북한의 사이버공격을 꼽았다.
루비니 교수는 3일(현지시간) 막을 내린 '미국 최대 경제·투자포럼' 밀컨글로벌콘퍼런스에서 "트럼프노믹스 불확실성, 유로존의 이탈리아 불안, 중국의 하드랜딩을 글로벌경제의 위협 요인으로 거론할 수 있지만 북한을 둘러싼 사이버전쟁 가능성이 가장 큰 블랙스완"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북한의 사이버공격으로 금융시장에 일대 혼란이 발생하고 서방세계가 이에 응수하는 과정에서 첫 글로벌 사이버전쟁이 발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해 2월 발생한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방글라데시 중앙은행 계좌 해킹사건과 2014년 소니픽처스 해킹사건의 배후로 지목되면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들을 경악케 했다. 북한의 사이버전 능력은 상당한 수준으로 지난 2014년 미국 테크놀릭틱스 연구소는 미국 중국 러시아 등에 이어 세계 6위로 평가한 바 있다.
루비니 교수의 이날 발언은 미국 월스트리트와 오피니언 리더층에 형성돼 있는 북한 불안감을 단적으로 표출한 것으로 해석된다.
루비니 교수는 북한 위협에 이어 트럼프노믹스의 하방 리스크를 거론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트럼프노믹스의 가장 큰 문제는 실현 가능하지 않은 기대감을 잔뜩 부풀린 것"이라며 "시장은 트럼프 정책을 너무 과대평가한 반면 부정적 영향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와 규제완화 기대감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이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한층 높일 공산이 크다. 이로 인해 강달러와 수출 제약이 불거지고 트럼프를 지지한 블루칼라 노동계층이 되레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트럼프노믹스의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점이다.
'채권왕' 빌 그로스 야누스캐피털 포트폴리오매니저는 이날 같은 세션에서 "트럼프노믹스는 규제완화와 감세가 고성장을 이끌 것이라는 믿음에 기반하는데 4년 후 미국 경제를 보면 여전히 2% 안팎의 성장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트럼프 행정부와 시장이 원하는 3% 이상 성장은 어렵다는 얘기다.
빌 그로스는 트럼프노믹스가 성장 자극제 역할을 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제가 처한 현실은 실타래를 풀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를 떠안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인구 고령화, 부채 부담 증가, 기술 진보에 따른 일자리 상실 등은 트럼프가 일시에 해결할 수 있는게 아니다"고 말했다.
루비니 교수도 미국의 연 3% 이상 성장은 어렵다고 봤다. 미 잠재성장률 증가의 확신이 없는 상황에서 잘해봐야 2%대 초반이며 이게 '뉴노멀'이라는 얘기다. 그는 "트럼프노믹스를 낙관적으로 보는 미 증시보다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최근 두드러진 채권시장의 흐름이 더 이성적"이라고 평가했다.
루비니 교수는 이어 "트럼프가 기업들에게 무엇을 하라고 자꾸 강요하는데 이는 공산주의 경제와 같다"며 "이런 행태에 기업이 입을 닫고 침묵한다면 아첨꾼에 불과하다"고 일침을 가했다. 만약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트럼프가 한 말의 10분의 1만 했어도 과격 사회주의자로 매도당했을 거라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밀컨콘퍼런스 발표자들은 미국의 노동 공급을 제약하는 반이민 정책에도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짐 맥코언 프린시펄글로벌인베스터스 최고경영자(CEO)
[로스앤젤레스 = 황인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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