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잇따른 테러로 인해 오는 8일(현지시간)로 예정된 총선거가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혼전 양상으로 접어들고 있다. 당초 압도적인 승리를 낙관했던 테레사 메이가 이끄는 보수당의 승리를 확신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엉뚱하게 런던 시장을 비방하는 트윗을 올리며 본인이 추진 중인 무슬림 입국금지 정책의 정당성을 주장해 영국민들은 물론 세계 각지에서 비난의 화살을 맞고 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이번 테러범 3명 중 1명이 극단주의적 시각 때문에 경찰에 두 차례나 신고가 됐다는 증언이 나와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의 리더십에 치명타를 가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현장에서 사살된 파키스탄 출신의 이 테러범이 유튜브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관련 영상을 보면서 급진화했으며, 그의 극단주의 시각을 우려한 친구가 그를 대테러 당국에 신고했다는 것이다. 맨체스터에 이어 런던 테러로 치명상을 입은 메이 총리의 보수당은 노동당과 지지율 격차가 1%포인트까지 좁혀지며 위기에 봉착했다는 분석이다.
영국의 여론조사기관 서베이션(Survation)이 3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메이 총리가 이끄는 영국 보수당의 지지율은 40%, 노동당의 지지율은 39%로 격차가 1%P까지 좁혀졌다. 이 조사는 지난 4일 발생한 테러 직전에 실시한 것이긴 하지만 지난 3월 웨스트민스터 테러에 이어 지난달 맨체스터 테러 등 연이은 테러에 대한 상당수 국민들의 감정이 집권 보수당과는 멀어지고 야당인 노동당으로 돌아서게 한 추세임을 타나낸다는 분석이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사디크 칸 런던 시장과 트위터와 공개발언을 통해 설전을 벌였다. 칸 시장은 파키스탄 이민자 집안 출신이며, 이슬람교도로는 최초로 기독교 문화권인 서구 국가 수도의 시장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반대하는 '이민'과 '이슬람교'의 항목에 부합하는 인물인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테러공격을 받아놓고도 칸 런던시장은 불안해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고 말한다"며 칸 시장의 발언을 비난했다.
그러나 칸 시장이 "불안해 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고 말한 것은 곧 영국의 경찰 병력이 런던시내에 추가로 투입되는 만큼 중무장한 경찰 모습을 보더라도 시민들에게 불안해하지 말라고 한 대목이었다. 한마디로 남의 발언을 일부분만 발췌해 오역한 것이다.
이 둘은 이전에도 맞붙은 적 있다. 지난해 5월 칸 시장이 당선됐을 때 당시 대선후보였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슬람교도의 미국 입국 금지 공약'과는 별개로 칸 시장의 미국 입국은 허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칸 시장은 "이슬람에 대한 무지한 시각"을 갖고 있다며 자신이 예외가 되는 것을 거부하겠다고 거절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칸 시장 간의 갈등에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불을 지피기도 했다. 트럼프 주니어는 지난 3월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테러가 일어났을 때 칸 시장의 발언을 잘못 읽고 그를 비판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그는 당시 칸 시장이 인터뷰에서 "테러 공격은 대도시 생활의 한 부분"이라고 했다며 테러 사태와 엮어 문제 삼았다. 하지만 당시 칸 시장이 인터뷰에서 대도시 생활의 한 부분이라고 말한 것은 테러가 아니라, 바로 '대테러 준비'에 대해서였다.
이날 영국민들은 맥락도 파악하지 않고 칸 시장을 비판한 트럼프 대통령에 분노를 터뜨렸다. 미국 내에서도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칸 시장 측은 "런던 시장은 트럼프에 응대하는 일보다도 훨씬 중요한 업무들이 많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신중하지 못한 처사를 비꼬았다.
이런 가운데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IS는 4일(현지시간) 공식 선전매체인 아마크 통신을 통해 IS의 '비밀부대'가 전날 런던 테러를 수행했다고 주장했다. IS는 이와 함께 피 묻은 칼을 든 남성 뒤로 불타는 런던 다리와 흰색 승합차가 그려진 포스터를 공개했다. 이 포스터는 전날 영국 런던 도심의 런던 브리지와 근처
[장원주 기자 / 김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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