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축구팀 주장을 맡았을 정도로 건장했던 아들이었다. 중국 여행사를 통해서 북한에 여행을 간다고 떠났다가 억류된지 17개월만에 식물인간이 돼 돌아오자 그 아버지는 작심하고 기자들 앞에 섰다.
지난 13일(현지시간) 마침내 송환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22)의 아버지 프레드 웜비어는 지난 2년여간 닫아왔던 말문을 열었다. 아들이 돌아온지 이틀뒤인 15일 기자회견을 갖고 건강했던 아들을 식물인간 상태로 만든 북한을 맹비난했다.
그는 뒤늦게나마 아들을 되찾아 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를 표한 반면, 자제만 요구했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에게는 불만을 표시했다. 미국에서 웜비어에 대한 동정여론이 커질수록 북미간 갈등이 고조될 것이란 우려도 깊어지고 있다.
프레드는 15일 아들의 모교인 오하이오 주 와이오밍 고교에서 "내 아들은 끔찍한 취급을 받았다"며 "북한은 잔인하고 폭력적이다. 우리는 오토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프레드는 또한 "아들이 사랑하는 이들의 품으로 돌아온 것에 대해 안도하지만 큰 비통함을 느낀다"며 "북한 그토록 오랫동안 아들에게 야만스러운 대우를 해온 것에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프레드는 지난해 아들이 북한 재판장에서 입었던 밝은 베이지색 재킷을 입고 기자회견장에 등장했다. 그는 아들의 재킷을 언급하는 대목에서 목소리가 심하게 흔들렸다. 프레드는 재판장에서 공포에 질려 사죄하던 아들이 떠올랐는지 "나는 사죄하는 게 아니다. 그냥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라며 울먹였다. 기자회견장인 와이오밍 고교는 오토가 지난 2013년 졸업식에서 개회사를 했던 장소여서 주위의 안타까움을 더했다.
프레드는 아들이 혼수상태에 빠진 것이 북한의 몰상식한 처우 때문이라 밝혔다. 북한은 지난해 3월 웜비어가 보툴리누스 중독증에 걸린 뒤 수면제를 복용했다가 혼수상태에 빠졌다고 밝힌 바 있다. 프레드는 이에 "북한이 아들의 상태를 1년 넘게 비밀로 유지하고 수준 높은 의료를 제공하지 않은 이유를 모르겠다"며 "북한이 내 아들을 다룬 방식에 대해서는 문명 국가로서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반박했다. 현지 의료진의 의견도 프레드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신시네티 대학병원 의료진은 15일 기자회견에서 "웜비어가 보툴리누스 중독이었다는 어떤 증거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보툴리누스 중독증은 보통 오염된 음식을 통해 걸려 호흡곤란, 시력 저하 등을 유발하고 심한 경우 근육 마비와 호흡 부전을 일으킨다.
의료진에 따르면 웜비어는 뇌조직이 광범위하게 손상됐고, 가끔 눈을 깜빡거리기는 하지만 주위를 인지하거나 말을 알아듣지는 못하는 상태다.
프레드는 오바마정권의 무능을 꼬집으며 트럼프 대통령을 치켜세우기도 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오토를 찾아내려고 했다. 자애롭고 친절한 일"이라며 감격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프레드에게 전화를 걸어 아들 오토의 상태에 안타까움을 표하고,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웜비어의 송환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프레드는 반면 전임 오바마 대통령에 대해서는 불만을 표했다. 그는 "오바마 정부는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자제할 것만 강조했다"며 "그렇게 했지만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했다"고 말했다. 프레드는 "우리 부부는 전임 오바마 정부에 대해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실망스러웠다"며 "트럼프 정부가 들어선 후 우리 가족은 전략적 인내를 끝낼 시간이 됐다고 결심했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관계자를 인용해 북한 외무성이 아닌 공안당국이 나선 탓에 오토가 혼수상태로 북한에 장기간 억류된 것이라 보도했다.
이번 사태에 대한 관심이 쏠릴수록 북한과 미국간 대화 가능성도 점차 낮아질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 카운슬 선임연구원은 "이번 사건에 충격을 받았다"며 "북한이 남은 3명의 미국 인질들을 풀어주지 않는다면 우리가 북한을 진지한 대화의 장으로 끌고 들어오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버지니아대학 3학년이던 오토는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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