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포털 규제 반대 등 자사에게 유리한 주장을 펴는 연구진에게 은밀히 자금을 지원해왔으며 그들을 통해 정책결정자들에게 영향을 미치려 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거대 포털의 영향력이 학계에까지 미치고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WSJ의 분석에 따르면 구글은 2009년부터 자사 이해관계에 맞는 연구 논문 수백 편에 한 편당 5000달러(약 570만원)에서 40만달러(약 4억6000만원)까지의 지원금을 댔다. 전직 구글 직원, 구글 로비스트 등 관계자들은 학계에 흘러들어간 구글의 돈이 수십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구글의 지원을 받은 대상엔 하버드대,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UC버클리) 교수 등 미국 유수의 연구자들이 다수 포함됐다. 어떤 연구자들은 구글에게 출판 전인 논문을 보여주고 자문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많은 연구자들은 구글로부터 재정지원을 받은 사실을 논문에서 밝히지 않았다고 WSJ는 전했다.
구글의 지원을 받은 한 논문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포털의 소비자 데이터 수집 관행에 대해 구글이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대한 공정한 대가라는 주장을 담았다. 이 논문의 저자는 구글을 변호했던 로펌에서 파트타임 변호사로 일했으나 논문에 이를 언급하지 않았다.
또 구글은 논문 저자들과 정계 및 관가 인사들의 만남을 주선하기 위해 이들의 출장비까지 지원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정책결정자들에게 구글을 옹호하는 입장이 전달되도록 은밀히 작업을 해온 것이다.
학계는 막대한 자본을 앞세운 구글의 장악 시도에 연구의 중립성이 훼손될까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로빈 펠드먼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이런 방식의 기업 펀딩은 학계를 학자가 아니라 로비스트처럼 보이게 할 여지가 있다"고 비판했다.
WSJ는 구글의 로비가 워싱턴 정가의 규제망을 뛰어넘었으며 이를 포착하기가 매우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전세계 온라인
[안정훈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