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합법이민을 대폭 제한하는 입법을 추진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중점적으로 진행한 불법이민자 차단·추방 정책에 이어 합법이민자 수까지 감축에 나선 것이다.
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의 데이비드 퍼듀 상원의원(조지아), 톰 코튼 상원의원(아칸소)과 함께 '고용강화를 위한 미국이민 개정법(RAISE)' 수정안을 발표했다. 이 법안은 지난 2월 퍼듀 의원과 코튼 의원이 최초로 공개했던 것보다 합법이민자를 더 축소하는 방향으로 개정됐다. 지난 2015년 기준 영주권 발급자는 105만1031명인데 이를 10년에 걸쳐 50만명선까지 내리는 것이 최종 목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민법 개정을 통해 연쇄적인 이민행렬을 끊고, 고숙련 노동자 이민을 늘릴 정책을 이끌어내겠다"며 "복지만 보고 찾아오는 이민자를 막고, 미국 노동자들을 보호할 것이다. 개혁을 통해 미국 노동자들의 임금도 상승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안의 골자는 미국 시민권자의 가족에게 발급되던 그린카드(영주권) 수를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민법 개정안은 기존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던 시민권자의 형제·자매나 성인자녀 등에 대한 영주권 발급을 제한한다.
또한 이민자 심사 과정에서는 영어능력, 학력이 높은 신청자에게 가점을 줘 숙련노동자들 위주로 이민을 받을 계획이다. 백악관은 "기술을 인정받아 미국에 이민 오는 사람의 비중은 15명 중 한 명 꼴에 불과하다"며 "현재의 시스템은 고도로 숙련된 기술자에게 우선권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 10만명가량 받던 난민도 연간 5만명으로 제한하고, 다양성 정책 일환으로 미국 이민자가 많지 않은 아프리카 등에서 추첨으로 연간 5만건의 영주권을 발급하던 제도를 없애는 내용도 담겼다.
다만 현지 언론들은 법안의 통과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런 종류의 법안은 필리버스터를 넘어서기 위해 상원 전체 100표 중 60표 이상을 확보해야 하는데, 공화당 내에서도 반대하는 의원들이 있는 만큼 전망이 밝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대대적 합법이민 감축정책이 미국 경제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경제인 모임인 '뉴 아메리칸 이코노미'의 제러미 로빈스 사무총장은 "우리 시스템은 무너져 있다. 하지만 그 대책은 그것을 현대화해야 하는 것이지, 망치질을 해서 부수는 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스튜어트 앤더슨 미국정책
한편 이날 퀴니피액 대학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33%에 그쳐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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