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에서 잠정적인 대선 개표결과에 반발하는 시위대와 경찰 사이에 충돌이 일어나 4명이 숨지는 등 사상자가 발생했다.
AP 통신에 따르면 9일(현지시간) 케냐 나이로비의 빈민가 마타레에서 선거결과에 항의하는 시위대에게 경찰이 총격을 가해 2명이 사망했다. 나이로비 지방경찰청장은 "이들이 마체테(날이 넓은 긴 칼)로 경찰을 공격하려 해 발포했다"고 말했다.
케냐 대통령의 개표결과에 항의하는 시위는 나이로비뿐만 아니라 야권 성향이 강한 남부 키시 카운티와 서부 키수무에서도 벌어졌다. 키수무 지역 경찰은 "투표소를 공격하고 흉기를 휘두르는 무장괴한 2명을 살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달아난 나머지 일당을 쫓고 있다"며 이들의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정치적인 것인지 아직 알 수 없다"고 답했다.
로이터 통신은 목격자를 인용해 지금까지 시위 과정에서 최소 3명이 경찰에 사살 됐고 1명이 시위대에 목숨을 잃었다고 전했다.
시위는개표가 90%이상 진행되던 이날 오전 우후루 케냐타 대통령이 762만표(54.5%)를 얻어 라일라 오딩가 야권 후보를 140만 표차(44.6%)로 앞서고 있다는 개표결과가 공개되면서 일어났다. 오딩가 후보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해커가 선관위 데이터베이스에 침투해 집계 결과를 조작했다"며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시위가 증폭됐다.
에즈라 칠로바 케냐 선거관리위원장은 부정선거 의혹에 대해 "선거 관리 시스템은 철저하다"며 "투표 기간은 물론 전후에도 선거 시스템에 외부 세력이 개입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케냐 사태에 대해 국제사회는 잇따라 우려를 표명했다.
선거 참관인을 맡은 존 케리 전 미 국무장관은 케냐 국민에게 전자 투표 시스템에는 이상이 없다면서 충돌을 자제할 것을 촉구했다. 아프리카연합(AU)과 유럽연합(EU)의
케냐에서는 지난 2007년에도 대선이 끝나고 종족 분쟁 양상의 유혈사태가 발생해 두 달간 최소 1100명이 숨지고 60여만명의 피란민이 발생했다.
[디지털뉴스국 윤해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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