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쥬라기 공원'에서 과학자들이 공룡을 복원할 때 쓴 것은 호박(琥珀·amber·나뭇진이 굳어 화석으로 된 보석) 속에 갇혀 화석이 된 모기입니다. 영화에서는 과학자들이 공룡 피를 빤 모기에서 공룡의 디옥시리보핵산(DNA)을 추출해서 공룡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공룡의 피를 빤 흡혈 절지동물 '진드기'(tick)가 공룡 깃털과 함께 호박에서 발견됐습니다. 진드기가 공룡이 살던 백악기에도 살았다는 점은 알려져 있었으나, 이렇게 공룡에 기생한 사실이 입증되는 진드기 개체가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영국 옥스퍼드대 자연사박물관, 미국 뉴욕자연사박물관 등이 참여한 국제 공동연구진은 약 1억년 전에 공룡의 피를 먹으며 살았던 진드기를 발견했다고 12일(영국 런던시간) 밝혔습니다. 연구 결과는 이날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실렸습니다.
연구진은 미얀마에서 발견된 9천900만년 전 백악기 시대 호박을 현미경과 컴퓨터단층촬영(CT) 등으로 분석한 결과, 여러 마리의 진드기를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길이가 수mm인 동그란 몸통에 다리가 8개 달린 진드기 중에는 공룡 깃털과 얽혀있는 것도 있었고, 동그란 몸통에 피가 가득 차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있었습니다. 또 깃털 부스러기를 먹는 곤충인 '수시렁이' 유충의 털이 몸 표면에 붙어있는 진드기도 보였습니다.
공룡 둥지에 진드기와 유충이 함께 살며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입니다.
연구진은 이번에 발견한 고대 진드기에게 '데이노크로톤 드라큘리'(Deinocroton draculi)라는 학명을 붙였습니다.
이 진드기의 속(屬)명인 데이노크로톤은 그리스어로 '끔찍한 진드기'를 의미합니다. 속명 뒤에 오는 종(種)명은 드라큘리는 사람의 피를 마셨다는 '드라큘라 백작'에서 왔습니다.
다만 영화에서처럼 이 진드기 속 혈액에서 공룡의 유전물질을
이미 긴 세월이 지나 유전물질인 DNA가 분해돼 추출은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연구진의 설명입니다.
국내 고곤충학 전문가인 손재천 목포대 연구전임교수는 "공룡 둥지에서 펼쳐진 생태계가 순간 포착된 호박 화석을 찾아 놀랍다"며 "공룡시대 기생생물의 진화를 밝혀줄 중요한 발견"이라고 이번 연구의 의의를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