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사정 칼날이 태자당((혁명원로의 후대) 및 상하이방(장쩌민 계열)과 연계된 기업들을 날카롭게 겨누고 있다. 타깃이 된 기업들은 대부분 시 주석의 눈 밖에 난 세력들과 관련된 곳들로, 경제 범죄 혐의가 조금이라도 포착되면 업종을 가리지 않고 가차없이 정리 대상이 되고 있다.
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당국이 대표적인 방만 경영 사례로 꼽은 밍톈그룹이 1500억위안(약 25조원) 규모의 회사 자산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매각 대금은 은행 대출 상환 등에 쓰일 것으로 알려졌다.
태자당 계열 인사로 알려진 샤오젠화 밍톈그룹 회장은 홍콩, 상하이, 선전거래소에 상장한 100여개의 회사의 지분을 보유한 중국 재계의 거물이다. 그는 복잡한 지분 거래와 뇌물 수수, 돈세탁, 불법 대출 등 혐의를 받고 지난 2월부터 중국 사정 당국의 구속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당국은 작년부터 밍톈그룹에 대한 경고를 보내는 동시에 자산 매각 압력을 넣어왔다. 이에 따라 밍톈그룹은 지난해 11월 자사가 보유한 화샤생명 지분 25%를 310억위안(5조2000억원)에 팔았고, 올해 1월에도 헝토우증권 보유 지분 29%를 90억위안(1조5000억원)에 매각한 바 있다.
SCMP는 "지난해부터 시 주석은 방만한 경영과 불법 외화 유출 혐의가 있는 중국 재벌들이 금융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재별 개혁에 총력을 기울일 것을 지시했다"고 사정 배경을 설명했다.
시 주석의 지시 이후 중국 당국은 안방보험, 완다, 푸싱, 화신에너지 등 중국을 대표하는 대기업들을 '회색 코뿔소'로 지목하며 이들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와 정리 작업을 진행 중이다. 태자당이 뒤를 봐주고 있던 안방보험과 상하이방 계열의 화신에너지는 경영권
명보를 비롯한 홍콩 매체들은 "시 주석이 태자당 및 상하이방과 연계된 중국 기업들을 옥죄면서 이들 세력에 대해 견제를 강화하고 외화 유출까지 막는 이중 효과를 노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베이징 = 김대기 특파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