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국가안보'를 이유로 자국 반도체 기업인 퀄컴에 대한 싱가포르 회사 브로드컴의 인수를 금지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발표했다고 로이터와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습니다.
최근 수입산 철강, 알루미늄에 '국가안보'를 이유로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도 '국가안보'를 내세워 자국 업체 보호에 나선 것입니다.
이에 따라 반도체 업계 사상 최대 규모의 거래로 기대를 모았던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 시도는 최종 무산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에서 "구매자(브로드컴)가 제안한 퀄컴의 인수는 금지됩니다. 그리고 이와 상당히 동등한 다른 어떠한 인수 또는 합병도 마찬가지로 금지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브로드컴이 퀄컴을 차지하면 미국의 국가안보를 손상시킬 수 있는 위협을 가할 행동을 할지 모른다고 생각하게 할 만한 믿을 수 있는 증거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를 금지한 이번 명령은 외국 투자자의 미국 기업 인수를 점검하는 미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의 권고에 따른 조치입니다.
미국의 대통령이 CFIUS의 반대를 근거로 인수·합병을 막은 것은 이번이 다섯 번째라고 로이터가 전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로는 두 번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에 앞서 CFIUS는 전날 브로드컴에 서한을 보내 이 회사의 퀄컴 투자가 "현재로서 국가안보 우려가 사실임을 보여준다"고 언급, 사실상 인수에 제동을 걸 것임을 예고했습니다.
미 행정부가 국가안보를 이유로 들어 브로드컴의 인수 시도를 저지한 배경에는 데이터를 훨씬 빠른 속도로 전송할 수 있는 차세대 기술인 5세대 이동통신(5G) 상용화 전쟁이 있습니다.
샌디에이고에 본사를 둔 퀄컴은 5G 분야에서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기업들과 시장 점유율을 다툴 수 있는 최대 경쟁자 중 하나로 부상해 각국 반도체 기업들의 집중적인 인수 타깃이 돼 왔습니다.
이와 관련해 CFIUS는 외국 기업인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가 미국의 국가안보에 미칠 영향을 조사한 결과 "브로드컴의 인수는 5G 무선기술에 관한 퀄컴의 지배적 지위를 약화시켜 중국 기업인 화웨이의 시장 지배를 허용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블룸버그가 보도했습니다.
CFIUS의 결정에 대해 잘 아는 한 소식통도 로이터에 "미군은 이번 딜이 성사된다면 10년 내에 이 모든 기술 분야(5G)에서 화웨이가 유일한 시장 지배자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그러면 미국의 기업이 선택의 여지 없이 화웨이 제품을 살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이미 1천170억
블룸버그에 따르면 대통령 명령이 발표되기 불과 몇 시간 전까지 혹 탄 브로드컴 최고경영자(CEO)가 미 국방부에서 안보 관료들과 만나 최후의 로비를 벌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