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요 대형은행들의 서프프라임 모기지를 전문으로 하는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한 대출이 폭증한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위기 이후 대형은행이 저신용자들에게 직접 제공하는 서브프라임 직접 모기지는 대폭 축소됐지만 서브프라임을 전문 기관에 대한 대출은 늘려 모기지 대출 위험은 그대로 떠안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은행들이 주택 담보 대출에서 심사에 통과하지 못하거나 신용 등급이 낮은 사람들을 대상으로한 대출 상품으로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시킨 금융상품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10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웰스파고와 시티은행 등 대형은행들이 비은행 금융기관에 제공한 융자는 2010년 500억 달러(약 53조 3800억원)에 불과했던 것에 비해 지난해 6배 이상 증가한 3450억 달러(약 3688조원)로 집계됐다. 이는 사상 최대규모다.
대형 은행들은 신용도가 낮은 고객이나 대차대조표가 부실한 기업들과 직접 거래를 하는것보다 비은행 금융기관들에 융자를 제공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간접적인 방법을 통해서라도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에 연관돼 있다는 것 자체가 은행들로서는 여전히 매우 큰 위험 요소를 안고 있는 것이라고 WSJ는 지적했다.
실제 2008년 금융위기 때도 비은행 금융권들의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부실화되며 사태가 커진 사례도 있다. 미국 법무부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에 있는 콜로니얼은행은 비은행금융기관이 14억 달러에 달하는 모기지를 횡령한 사건 때문에 파산했다.
비은행 금융기관들은 은행들로부터 3%의 이자율로 융자를 받은 뒤 서브프라임 모기지 고객들의 오토론에 15% 이자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수익을 얻는다. 일반 고객들에 제공하는 예금 상품의 이자가 거의 제로에 가까운 대형 은행들의 입장에서도 3% 이자율은 꽤 좋은 조건이다. 또 대형은행들은 비은행권이 제공할 수 있는 담보만큼의 융자를 주기 때문에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인해 파산까지 이르는 일은 없을 것으로 간주한다. 이에 미국 통화감독국(OCC)도 비은행 금융기관 대출과 관련된 위험성은 현재로서는 관리 가능한 수준으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험 요인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WSJ는 지적했다. 당장은 큰 영향이 없더라도 융자금을 회수할 수 없는 상황이 올지는 아무도 예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2016년에는 30년만에 처음으로 비은행권을 통한 모기지 규모가 전체 규모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김하경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