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장기금리의 벤치마크로 꼽히는 미 국채 10년만기 금리가 15일(현지시간) 3.1%선에 바짝 다가서며 금리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상승하고 있다. 채권금리가 오르면서 주가와 금값의 동반 하락현상도 뚜렷해져 투자자들 사이에선 "숨을 곳이 없다"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미 금융전문매체 마켓워치에 따르면 이날 미 국채 10년만기 금리는 장중 3.093%까지 치솟으면서 2011년 이후 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하루새 0.09%포인트가 오른 건 2017년 3월 이후 처음이다. 월가에선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지는 3.1%가 뚫릴 경우 다음 지지선인 3.2%를 위협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기준금리 흐름에 민감한 미 국채 2년만기 금리는 장중 2.589%까지 올라 2008년 8월 이후로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 4월 소매업체 매출은 전월 대비 0.3% 증가해 두 달째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미국의 소매판매가 호조세를 보이자 미 국채금리는 강하게 튀어올랐다. 미국 경제에 대한 긍정적 신호와 유가 상승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자극하고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기준금리 인상 행보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관측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0.5% 오른 71.31달러를 기록했다. 이번주 진행되는 미·중 2차 무역협상에서 양국이 일부 타협점을 찾을 것이라는 전망도 채권금리 상승 재료로 작용했다.
채권금리 급등에 대한 부담감에 미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193포인트(0.78%) 하락했다. 반면 뉴욕 외환시장에서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0.7% 가량 상승해 장중 93.45까지 올랐다. 작년 12월 22일 이후 최고치다. 달러 강세에 6월물 금 가격은 전날보다 2.12% 떨어진 온스당 1290.30달러에 거래를 마치면서 연중 최저 수준을 보였다.
이날 안전자산인 채권과 금을 비롯해 증시까지 동반 하락하자 B. 라일리 FBR의 아트 호간 수석시장전략가는 마켓워치에 "숨을 곳은 현금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월가에선 올해 두차례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기정사실화하고 있으며 3번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그룹에 따르면 올해 총 네번 기준금리가 오를 확률은 54%에 달해 올 들어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마켓워치는 "금리 인상은 자금 조달 비용이 갈수록 상승한다는 뜻으로 주식 등 자산가격 재산정을 초래할 수 있다"고 전했다.
미국발 금리 인상은 금융시장을 흔들뿐 아니라 실물경제에도 적잖은 부담이 될 수 있다. 미 CNBC 방송은 장기물 국채금리에 연동되는 미국의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가 7년 만의 최고치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신용도가 가장 높은 대출자의 30년만기 모기지 금리(고정금리)는 4.875%, 평균 신용도의 대출자들은 5%에 달했다.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이 커지면 소비심리를 위축시켜 소비 활동이 둔화되는 부메랑으로 작용하게 된다. 9년째 경기 확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미국 경제가 경기 사이클의 종착역을 향하고 있다는 경고음이 심심찮게 제기되는 상황에서 금리 상승으로 인한 경기 하강기 도래가 빨라질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미 국채금리 급등과 달러 강세가
[뉴욕 = 황인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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