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현대문학의 거장 필립 로스 타계…향년 85세

'美 현대문학 4대 작가'로 꼽혀…퓰리처상 등 문학상 휩쓸고 노벨상 단골 후보

미국 현대문학의 거장 필립 로스가 타계했다고 미 언론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로스의 에이전트는 그가 뉴욕의 한 병원으로 숨졌다고 밝혔습니다. 사인은 울혈성 심부전이었습니다.

1933년 미국 뉴저지주 뉴어크에서 태어난 로스는 시카고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했습니다. 1959년 유대인의 풍속을 묘사한 단편집 '굿바이, 콜럼버스'를 시작으로 30여 편의 소설을 집필했습니다.

저명한 문학평론가 해럴드 블룸은 그를 코맥 매카시, 토머스 핀천, 돈 드릴로와 함께 '미국 현대문학의 4대 작가'로 꼽은 바 있습니다.

폴란드계 유대인인 로스는 작품을 통해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유대계 미국인의 신경증과 집착을 예리하면서도 재치있게 묘사해왔습니다.

자전적 에세이 '아버지의 유산'(Patrimony·1991)과 소설 '미국의 목가'(American Pastoral·1997) 등이 그의 대표작으로 꼽힙니다.

특히 '남자로서의 나의 삶'(1974), '유령작가'(1979), '주커먼 언바운드'(1981), '해부학 강의'(1983) 등에선 작가의 분신 격인 네이선 주커먼을 통해 자전적 이야기를 풀어나갔습니다.

오랜 연애 끝에 결혼했지만 4년 만에 이혼한 영국의 여배우 클레어 블룸이 자신과의 결혼생활을 자세히 묘사한 회고록 '인형의 집을 떠나자'를 출간하자, 로스는 이에 분노해 1998년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를 펴냈습니다.

1950년대 매카시즘 광풍 속에 파멸하는 개인을 그린 이 소설은 미국의 목가, '휴먼 스테인'(2000)과 함께 '미국 3부작'으로 불립니다.

미국의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이 1940년 대선에서 찰스 린드버그에게 패배하는 설정에서 출발한 역사소설 '미국을 노린 음모'(2004)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이후 다시 대중의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는 2010년 '네메시스'(Nemesis)를 마지막으로 돌연 절필을 선언했으나 지난해 1960년대부터 2013년까지 쓴 수필과 논픽션 단편을 모아 '왜 쓰는가'(Why Write?)라는 책으로 엮어냈습니다.

로스는 전미도서상과 미국도서비평가협회상을 각각 두 차례, 펜/포크너 상을 세 차례 받았고 펜/나보코프상과 펜/솔 벨로상, 퓰리처상까지 수상, 미국 내 문학상을 휩쓸었습니다. 해마다 노벨문학상의 강력한 후보로 거론됐지만 끝내 수상에는 실패했습니다.

올해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NYT)와 한 인터뷰에서 그는 작가로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이를 "유쾌함과 탄식. 좌절과 자유. 영감과 불확실성. 윤택함과 공허함. 정면돌파와 시간 끌기"라고 묘사한 바 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