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8일(현지시간) 유명 인터넷 청원 사이트 `체인지`에 한인 학생들이 올린 청원글이다. [사진 출처 = 체인지 캡쳐] |
캐나다 밴쿠버 월넛 그로브 중고등학교 9학년에 재학중인 문병준 군은 20일(현지시간)SNS에 "세계 최대 청원사이트에 '욱일기를 제거해 달라'는 제목의 청원을 올린 이후 학교 측이 즉각적이고 적절한 조처(제거)를 했다"는 글을 올렸다.
문군에 따르면 지난주 한 역사 교사가 교실 벽면에 욱일기를 붙였고 이에 몇몇 한국 학생들이 항의했지만 "역사 교육 일환이니 내릴 수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
이에 문 군과 다른 한인 학생들은 지난 18일 체인지에 올려 일본이 과거에 저지른 만행을 알렸다. 문군은 "모두 아돌프 히틀러가 저지른 반인륜적 행위는 알고 있지만 위안부, 마루타, 난징대학살과 같은 역사적인 사건은 홀로코스트 만큼 중요하게 학교에서 교육되지 않는다"라며 "욱일기를 복도에서 볼 수 있는 벽에 부착해서는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청원은 올라온 지 하루 만에 약 1 만명이 서명했고 현지 교육위원회는 교실 벽에 붙어있던 욱일기를 결국 철거했다. 교육위원회는 "욱일기는 20세기 역사를 배우기 위한 교재로 붙였던 것으로, 그 영향력이나 의미를 논의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가시지 않고 있다. 청원 게시글에는 "그들의 논리대로 '교육'을 위해 교실에 욱일승천기를 건다면, 왜 나치 깃발은 달지 않는가?"는 댓글이 140여 개의 하트를 받았다.
욱일기는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 기간 중 사용한 전범기로 일본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깃발이다. 독일은 나치당의 당기인 '하켄크로이츠' 문양 사용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지만, 욱일기는 현재까지도 일본 자위대의 깃발로 사용되고 있다. 대다수 서방 국가에서 국제적 지탄을 받는 하켄크로이츠와 달리, 욱일기가 전범기라는 인식을 아직 못하고 있다. 서구권 나라는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아시아 국가들보다 일본의 전쟁범죄에 대해 알지 못하기 때문에 욱일기 논란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최근 즐거운 축제의 장에서도 욱일기가 쓰여 논란이 됐다. 지난 14일부터 스페인에서 열린 제28회 판씨네-말라가 판타스틱 영화제의 포스터, 홍보 패널, 홈페이지 등 이미지의 뒷배경으로 욱일기가 사용됐다. 이를 알게 된 현지 교민들이 주최 측에 항의했지만 영화제 측은 "포스터가 욱일기를 연상시킨다는 것은 한국인들의 의견이며 유럽인에겐 아름다운 이미지로 보인다"며 묵살했다. 항의가 잇따르자 결국 주최
논란을 접한 일부 누리꾼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욱일기가 사용되는데 국제사회에 적극적으로 욱일기의 의미를 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한편에서는 "하켄크로이츠와 욱일기를 바라보는 인식이 차이가 커서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디지털뉴스국 손지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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