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라 두 대통령,' 황당하게 들리는 이말은 중남미 국가 베네수엘라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극심한 경제난을 겪고있는 베네수엘라에서 마두로 대통령이 재취임 한지 2주 만에 퇴진 위기에 직면한 건데요.
미국을 중심으로 우파 국가들이 야권 리더를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하자 러시아와 중국은 마두로 정권을 지지하고 나서면서 베네수엘라 사태가 끝모를 수렁속으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박통일 기자입니다.
【 기자 】
지난해 5월 치러진 대선에서 68% 득표율로 재선에 성공한 마두로 대통령.
하지만 우파 국제사회에선 마두로 정권을 인정하지 않는 목소리가 잇따랐습니다.
곪아오던 고름은 지난 10일, 마두로 대통령의 취임식을 계기로 터졌습니다.
살인적인 인플레와 경제난에 지친 베네수엘라 국민이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며 반정부 시위에 나선 겁니다.
야권 지도자 서른다섯 살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은 스스로를 '임시 대통령'으로 선언하고 시위대 선봉에 섰습니다.
▶ 인터뷰 : 후안 과이도 / 베네수엘라 국회의장 (지난 23일)
- "저는 베네수엘라를 책임질 대통령으로서의 권한을 부여받았음을 선언합니다."
이를 틈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우파 국가들도 과이도를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한다는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이웃나라 볼리비아와 멕시코는 마두로 대통령을 인정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했습니다.
여기에 러시아와 중국이 미국의 내정간섭 중단을 요구하며 마두로 대통령에 대한 지지입장을 밝히면서 베네수엘라 사태가 국제사회 좌우 진영 간 대립으로 번지는 양상입니다.
베네수엘라 내에서는 군부가 마두로 정권 지지를 표명하면서, 과이도를 지지한 의회와 대척점에 섰습니다.
120여 명이 사망했던 지난 2017년 반정부 시위가 중산층 중심이었다면, 26명의 사망자를 낸 이번 반정부 시위는 마두로 정부의 핵심지지층인 빈민층이 주도한다는 점에서 마두로 정권의 최대 위기로 보는 시각이 늘고 있습니다.
MBN뉴스 박통일입니다.
영상편집 : 이재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