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사법부의 판사 블랙리스트 작성 작업에 전국의 법원장들까지 동원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법원장들이 해마다 사법행정에 순응하지 않거나 이른바 '튀는 판결'을 한 판사 명단을 적어서 양 전 대법원장에게 보고한 겁니다.
조경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양승태 사법부 시절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판사 블랙리스트' 작업에 법원장들까지 동원된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습니다.
양 전 원장의 공소장에서 검찰은, 각급 법원장들이 지난 2013년부터 신년 인사차 대법원을 방문할 때마다 '인사비밀'을 의미하는 '인비'라고 적힌 봉투를 제출해왔다고 밝혔습니다.
'인비'에는 양 전 원장의 지시에 따라 사법정책에 부정적인 판사, 대법원의 입장과 배치되는 이른바 '튀는 판결'을 하는 판사 목록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는 판사 블랙리스트의 기초 자료로 사용됐고, 완성된 문건은 법원장들에게 다시 전달돼 판사들의 사무분담이나 근무평정 등에도 활용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블랙리스트에 오른 판사들은 대법원 재판 연구관이나 해외연수 등 선발성 인사에서 배제되고, 형사재판이나 합의재판을 담당하지 못한 것으로도 파악됐습니다.
성추행이나 음주운전 같은 물의를 일으킨 판사보다도 더 가혹한 인사 불이익을 당한 경우도 있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양승태 사법부가 각급 법원장까지 동원하며 만든 물의 야기 법관은 2013년 25명에 불과했지만 2017년에는 47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습니다.
MBN뉴스 조경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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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재 : 최영구 기자
영상편집 : 송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