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여성 2명 중 인도네시아 여성은 석방됐지만, 베트남 여성의 석방은 불발됐습니다.
오늘(14일)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검찰은 이날 베트남 국적자 도안 티 흐엉의 살인 혐의에 대한 공소를 취소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담당 검사인 무하맛 이스칸다르 아흐맛은 "3월 11일 검찰총장에게 제출된 진정과 관련해 우리는 사건을 계속 진행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따라 흐엉은 구속 상태로 계속 재판을 받게 됐습니다.
검찰은 공소를 취소해 달라는 피고 측의 요청을 거부한 이유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흐엉을 변호해 온 히샴 테 포 테 변호사는 말레이 검찰이 '심술궂은' 결정을 내렸다고 비판했습니다.
같은 혐의로 재판을 받던 인도네시아인 피고인 시티 아이샤가 지난 11일 검찰의 공소 취소로 석방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불공정한 조처라는 지적입니다.
테 변호사는 "검찰의 결정에 실망했다. 이는 우리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해 좋게 말할 수 없도록 하고 있으며 신뢰를 주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테 변호사는 시티가 홀로 석방된 이후 흐엉의 심리적·육체적 상태가 매우 좋지 못해 증언대에 설 형편이 아니라면서 재판을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에 재판부는 다음달 1일로 공판기일을 재차 연기했지만, 더 이상의 일정 지연은 없다고 단언했습니다.
흐엉은 이날 재판이 끝난 뒤 현지 베트남 대사관 당국자들을 만나 눈물을 터뜨렸습니다.
베트남 온라인 신문 징(Zing)은 재판을 취재 중인 기자가 석방 불허에 대한 심경을 묻자 흐엉이 "하느님은 제가 아무것도 안 한 것을 알고 있다"고 답했다고 전했습니다.
흐엉은 베트남 대사관 관계자들에게 함께 체포됐던 시티가 석방돼 행복하지만 자신 역시 무고하긴 마찬가지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레 뀌 뀌잉 주말레이 베트남대사는 말레이 검찰총장의 결정에 "매우 실망했다"며 "말레이시아가 공정한 판결을 내려 그녀를 가능한 한 빨리 석방하도록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흐엉은 시티와 함께 2017년 2월 13일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김정남의 얼굴에 화학무기인 VX 신경작용제를 발라 살해한 혐의로 체포돼 재판을 받아왔습니다.
이들은 리얼리티 TV용 몰래카메라를 찍는다는 북한인들의 말에 속아 살해 도구로 이용됐다면서, 불쾌한 냄새가 나는 기름 같은 느낌의 물질을 얼굴에 바르고 반응을 촬영하는 것인 줄만 알았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말레이시아 검찰은 김정남을 살해할 당시 두 여성이 보인 모습이 '무고한 희생양'이란 본인들의 주장과 거리가 있다며 이들이 '훈련된 암살자'라고 반박해 왔으나, 지난 11일 돌연 시티에 대한 공소를 취소했습니다. 재판부는 별도의 무죄 선고 없이 시티를 즉각 석방했습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장기간의 외교적 로비"를 통해 석방을 성사시켰다고 설명했습니다.
재판을 끝까지 진행했을 경우 어떤 판결을 내리든 관련국 정부와 갈등을 빚을 수밖에 없었다는 점 때문에 현지에서는 말레이시아 정부가 이쯤에서 사건을 마무리하고 싶어했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습니다.
이에 팜 빈 민 베트남 외무장관은 그제(12일) 사이푸딘 압둘라 말레이시아 외무장관과 전화통화를 하고 공정한 재판과 흐엉의 석방을 요구했습니다.
베트남 국민들은 오늘(14일) 전후 석방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말레이시아 검찰이 이를 거부하면서 양국 관계에 긴장이 초래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말레이시아 검찰은 외교관계를 고려해 법치 원칙을 저버렸다는 비판이 야권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상황을 의식해 당장은 흐엉을 석방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
한편, 북한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김정남이 아닌 '김철'이란 이름의 자국민이 단순 심장마비로 사망했고, 리재남 등 4명은 그가 숨진 시점에 우연히 같은 공항에 있었을 뿐이란 입장입니다.
말레이시아는 북한인 용의자 4명을 '암살자'로 규정하면서도 북한 정권을 사건의 배후로 직접 지목하지는 않았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