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처형되던 날, 모욕과 고통 속에 올라갔다는 믿음이 서린 로마의 '성(聖)계단'(Scala Sancta·스칼라 상타)이 약 300년 만에 나무 덮개를 벗은 본 모습으로 개방됐습니다.
로마 동남부 성요한 라테라노 대성당 옆에 위치한 '성계단 성당'은 28단의 대리석 계단과 천장, 벽의 프레스코화 등에 대한 약 10년에 걸친 복원 작업을 최근 마무리 짓고, 현지시간으로 어제(17일) 원형 그대로의 모습을 일반에 공개했습니다.
예수가 당시 로마제국의 유대 총독이던 빌라도의 법정에서 십자가 형을 선고받았을 때 올라갔던 계단으로 알려진 이 계단은 해마다 수십 만명의 순례객들이 몰려 예수의 고난을 묵상하면서 발이 아닌 무릎과 손으로 올라가는 것으로 유명한 성지입니다.
예루살렘에 자리해 있던 이 계단은 기독교인들에게 신앙의 자유를 처음 허용한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모친인 헬레나 성녀가 기독교로 개종한 뒤 326년 로마로 가져왔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옵니다.
교황 이노켄티우스 13세는 1723년 마모를 방지하기 위해 이 계단에 나무 덮개를 씌웠고, 이후 대리석으로 된 성계단의 맨살은 목재 속에 감춰진 채 밖으로 드러난 적이 없습니다.
이 성당의 주임신부인 프란체스코 궤라는 "성계단은 완전히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닳아 있었습니다. 순례객들이 밟고 올라가면서 계단이 완전히 패였다"며 복원을 거치기 전 성계단의 마모 정도가 심각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본 모습을 드러낸 성계단은
한편, 전문가들이 복원을 위해 성계단의 나무 덮개를 제거하자 계단 안쪽에서는 수년에 걸쳐 놓인 묵주와 자필 기도문, 사진, 동전 등이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