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부다페스트의 다뉴브강에서 한국인 33명 등 총 35명을 태우고 가다 추돌사고로 침몰한 유람선 '허블레아니'(헝가리어로 '인어'라는 뜻)호는 현재 머르기트 다리 아래 수중에서 잠들어 있다.
유람선 침몰 지점의 바로 위에 놓인 머르기트 다리(Margit hid. 영어명 Margaret Bridge)는 부다페스트의 화려한 다뉴브 강변 경관을 한눈에 볼 수 있고 도심의 휴식처인 머르기트 섬을 연결해 유동 인구가 많은 명소다.
하지만 이 다리에는 슬픈 역사가 있다.
2차대전 당시 수백명의 인명이 희생됐기 때문이다.
부다페스트 서쪽의 부다와 동쪽의 페스트를 머르기트 섬을 가운데 두고 연결하는 이 다리는 처음에 프랑스인 엔지니어 에르네스트 구앵의 설계로 1876년 지어졌다.
하지만 지금의 다리는 2차대전 때인 1944∼45년 두 차례 완파된 뒤 다시 지은 것이다.
1944년 11월 4일 머르기트 다리에서는 나치 독일군의 모의폭파 훈련이 잘못돼 다리의 동쪽 교각이 완파되면서 수백명의 인명이 희생되는 참사가 있었다.
독일군이 민간인 출입을 통제하지도 않고 벌인 폭파훈련이 잘못되면서 다리 위에 있던 100∼600명의 폴란드인과 40여명의 독일군이 그 자리에서 폭사한 것이다.
아직도 사망자 수는 정확히 집계되지 않고 있지만, 최대 600명에 달할 것이라는 게 역사학자들의 추산이다.
이 사건이 있고서 얼마 지나지 않아 부다페스트는 퇴각하는 독일군과 진격하는 소련군이 벌인 102일간의 공방전으로 초토화되다시피 했고, 특히 독일군은 후퇴하면서 부다페스트를 흐르는 아름다운 다뉴브강 위의 교량 전부를 폭파해버렸다.
호르티 다리(현 페토피 다리), 자유 다리, 엘리자베스 다리, 세체니 다리, 그리고 반 토막만 남아있던 머르기트 다리까지, 모두 잔혹한 전체주의와 전쟁의 참화로 무너져내렸다.
머르기트 다리 아래의 다뉴브강 수중에는 여전히 2차대전 말기 두 차례의 폭파로 무너져 내린 잔해들이 가득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머르기트 다리와 바로 그 하류의 명소인 세체니 다리 사이 강둑에는 2차대전 당시 파시스트 민병대에 의해 죽임을 당한 시민들을 기리는 조형물 '다뉴브 강가의 신발들'이 당시의 또 다른 비극의 역사를 증언한다.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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