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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콩 한 알, 옥수수 한 알을 땅에 심을 때마다 `리스크`를 심는 느낌이에요, 대마초를 키우는 게 낫죠" 미국 일리노이 주에서 6대째 콩·옥수수 농사를 짓는 앤디 휴스턴씨가 자신의 농장 온실에서 헴프(대마)를 돌보는 모습. [사진 = 뉴욕타임스(NYT)] |
휴스턴씨는 콩과 옥수수를 각각 1100에이커(445만㎡) 땅에 농사짓는데 우리나라로 치면 1100에이커는 웬만한 항구 배후산업단지만한 규모다. 그가 키우는 대마밭은 고작 17에이커 밖에 안되지만 요즘은 대마초가 그의 희망이다.
일리노이 주 농업부에 따르면 올해 주에서는 농부 1000명이 대마초 농사를 신청했다. 이들이 신청한 대마초 농사 면적을 전부 합치면 2만3000에이커 남짓한 규모라서 작년 옥수수(1100만 에이커)나 콩(108만 에이커) 농사 면적을 합친 것의 1%도 안 된다.
뉴욕타임즈(NYT)와 인터뷰한 휴스턴씨는 "나는 2016년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투표했고 2020년 대선 때도 그럴 생각이다. 대통령이 미·중 무역 갈등을 벌이고 있지만 좋은 의도로 그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래도 미·중 갈등은 내 농사에는 좋은 게 아니다. 이 참에 콩·옥수수 말고 더 비전이 있는 것을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어 고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대에선 나름 '대마초 농사 치어리더'같은 존재로 통한다. 작년에 휴스턴씨는 서부일리노이주 대학과 손잡고 대마초를 키워본 유일한 농부였다고 한다.
일리노이주는 미국에서 콩 농사를 가장 많이 짓는 지역이어서 중국이 미국 콩 수입을 줄일 때 큰 타격을 받는 곳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일리노이는 미국 내 콩 생산 1위, 옥수수 생산 2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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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콩(대두) 최대 수입국인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 협상 용도로 미국 콩 수입량을 고무줄처럼 늘렸다, 줄였다 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중국은 미국 콩 수입을 줄여왔다. 미·중 무역 전쟁이 장기화될 것을 예상하고 미국 대신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에서 콩을 사는 식으로 미국 수입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생각에서다. J.B. 프리츠커(민주당) 일리노이 주지사마저 "우리는 콩·옥수수 고객을 잃었다. 한 번 잃으면 되찾는 것이 너무 힘들다"고 한 적이 있다.
마침 지난해 말부터 대마초 재배가 허용됐다. 2018년 12월 미국 연방 정부는 농업법을 개정해 산업용 대마 재배를 허용했다. 올해 일리노이주를 포함한 13개 주가 합법적 대마 재배를 개시하면서, 올해 대마 재배 농지 규모가 28만5000 에이커로 2018년(7만8000에이커)의 4배 수준으로 늘었다.
대마초 농사는 인건비가 높다고 한다. 대마초는 여자(암컷)와 남자(수컷)이 따로 나눠져 있어서 번식시키는 작업이 따로 필요한 데다 연방 정부가 대마초 재배에 살충제 사용을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마초 수익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마를 키우면 1에이커 당 6만5000달러(약7759만원)를 벌 수 있어서 매력적이라는 게 휴스턴씨의 계산이지만 타일러 마크 켄터키대 농경제학과 교수는 대마초 농사 인기에 대해 "지금은 물줄기이지만 곧 홍수를 이룰 것"이라고 본다. 대마초 제품 제조업체인 레볼루션 엔터프라이즈는 "수익이 에이커 당 1만4000~4만 달러로 낮아지다가 6000달러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건비가 높고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고 해도 미국 농부들은 대마초 씨앗을 사러다닌다. 미·중 무역전쟁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대마초가 수지 맞을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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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중 무역전쟁이 길어지자 미국 농부들이 콩 내신 헴프(대마) 농사에 눈 돌리고 있다. 같은 대마초이기는 하지만 헴프는 환각성이 적어 의료용으로 쓴다는 점에서 약성 마약인 마리화나와 다르다. [사진 출처 = 미국 퍼듀대학] |
미국 국립보건원(NIH)과 대마 옹호단체인 보트헴프(Vote Hemp)와 일리노이 약용식물국에 따르면 CBD용도로 키우는 헴프(대마)는 마리화나와 다르다. 헴프(대마)와 마리화나는 둘다 대마초에 속하지만 정신에 영향을 주는(향정신성) 정도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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