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나 블라이스 전미은퇴자협회 수석 부회장은 그간 밀레니얼 보다는 노령층에 투자하라는 발언을 해왔다. 일리가 있는 말이지만, 블라이스씨가 12일(현지시간) "OK 밀레니얼들, 그런데 우리는 돈 있는 사람들이야"라고 한 발언이 역효과를 내 협회가 사과하는 사태가 일어났다. [사진 출처 = USA 투데이]
10~30대를 포함하는 밀레니얼 사이에서 요즘 급부상한 유행어, 'OK 부머(boomer)'가 미국을 휩쓰는 모양새다. 이번에는 미국 은퇴자협회(AARP)가 이 말을 쓰는 세태를 비난했다가 사과에 나섰다. OK부머는 나이든 세대의 잔소리와 참견에 대해 '네, 됐고요'라는 의미로 쓰는데 영미권 젊은 층 유행어다.
전미은퇴자협회는 13일(현지시간) 홈페이지 등을 통해 성명을 내고 "OK 부머에 관한 우리 협회 언급에 유감을 표한다"면서 사과 뜻을 밝혔다. 협회는 "모욕적이든 아니든 그 말은 청년 세대가 소득 불평등 같은 심각한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유행어"라면서 "(OK 부머라는 용어에 대해) 우리가 밀레니얼 세대들이 대드는 것으로 이해한다면 오해다. 세대간 대화와를 통해 빈곤을 비롯한 우리 사회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전미은퇴자협회는 미국 워싱턴DC 정가에 강력한 목소리를 내는 최대 비영리단체로 알려져있다. 미국·이스라엘공공정책위원회(AIPAC), 전미총기협회(NRA)와 더불어 3대 주요 이익집단으로 통한다. 1959년 창립 후 3800만명을 회원으로 두고 있고 주로 50대 이후 베이비 부머 세대들이 주축을 이룬다.
↑ 13일(현지시간) 전미은퇴자협회 성명
협회가 사과에 나선 이유는 하루 전날인 12일 미나 블라이스(80) 수석 부회장이 미국 악시오스 인터뷰에서 "OK 밀레니얼들, 그런데 우리는 돈 있는 사람들이야"라고 한 후 비난 여론이 커졌기 때문이다. 당시 블라이스 씨는 "우리 베이비 부머 세대가 매년 전미 경제활동 7.1조 달러 규모를 이끈다"면서 영향력을 강조하면서 비판에 나섰었다.
'OK부머'는 트위터나 페이스북 스토리같은 사회연결망(SNS) 뿐 아니라 미국이나 호주·뉴질랜드 등 영미권에서 젊은 층이 직장 상사나 선배 격인 사람들에게 일상적으로 쓰는 말이다. 특히 '밀레니얼 세대'로 통하는 10~30대가 부모~할머니·할아버지 뻘인 1960년대 전후 '베이비부머 세대'에 대해 꼰대질 좀 그만하라는 비아냥을 담아서 쓴다.
↑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애니메이션 제작사 `디즈니` 상속자이자 영화 감독인 애비게일 디즈니씨. [출처 = 트위터]
용어를 두고 노령층 반발이 커지자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애니메이션 제작사 '디즈니' 상속자이자 영화 감독인 애비게일 디즈니(59) 씨가 나서서 '꼰대질'을 비판한 바 있다. 디즈니씨는 지난 10일 "OK 부머가 그렇게 화낼만한 말인가?"라며 "(나를 포함해) 당신은 이미 늙었다. 더 이상 매일매일 달라지는 요즘 세상에 적응을 잘 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트위터에 적었다. 디즈니 씨는 "요즘 젊은 세대들이 나이든 세대를 욕한다고 불평하는 바보들(nudniks)은 절반 이상이 편견에 사로잡힌 것"이라면서 "젊은이들은 물을 오염시키고 지구 온난화를 불러일으킨 세대의 이기적인 태도와, 성(姓)·인종 차별, 별로 정의롭지 않은 경제에 대해 불평하는 것이다. 그게 가치없다고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자신도 나이든 세대이지만 나이든 세대가 OK부머라는 말을 듣고 무조건 화내기에 앞서 현실을 한 번 돌아볼 필요가 있고, 특히 환경문제와 불평등은 별로 중요하지 않은 '한가한 소리'라고 치부하는 나이든 세대들의 생각과 태도는 잘못된 것일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앞서 지난 4일 뉴질랜드에서 클로에 스와브릭(25·녹색당) 의원이 의회 발언 도중 이 말을 써서 젊은 세대의 환호를 받기도 했다. 당시 스와브릭 의원은 나이든 세대가 기후변화 위기를 알면서도 방치하지만 젊은 세대는 그런 사치를 부릴 수 없다고 지적하면서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없애자는 '탄소제로(0)
법안'을 입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의원들이 스와브릭 의원에게 야유를 퍼붓고 발언을 가로막으려 들자 그는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OK 부머"라고 응수한 후 발언을 이어갔는데, 이 장면을 담은 영상이 틱톡(TikTok)과 트위터 등으로 빠르게 퍼져 인기를 끌었었다.
[김인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