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치권이 연말을 지나면 선거전 체제로 접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북한 이슈가 선거에 미칠 영향력을 놓고 다양한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외교정책을 평가할 핵심 의제로 부각될 것이라는 전망과 미국 국내 의제에 밀려 결정적 변수가 되지 못할 가능성이 커, 북한이 오판해선 안 된다는 반론도 있습니다.
일단 북한 비핵화와 북미관계가 외교정책 분야의 대선 이슈로 다뤄진다는 점에는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입니다.
지금도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외 정책과 관련해 중국, 이란 등과 함께 가장 빈번한 질문을 받는 국가군에 속하고, 야당인 민주당 대선 주자 토론회에서도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외교 사안 중 하나입니다.
전략적 인내로 대표되는 이전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와 달리,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적극적인 대북 관여 정책을 취하고 톱다운 해결을 모색하면서 대외 정책에서 차지하는 북한의 비중이 크게 올라갔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뿐만 아니라 북한 역시 북미 관계가 선거전과 연결될 수 있다는 인식을 드러낸 바 있습니다.
김성 유엔주재 북한 대사는 지난 7일 성명에서 "미국이 추구하는 지속적이며 실질적인 대화는 국내 정치적 어젠다"라며, "시간벌기 속임수"라고 평가했습니다.
여기서 '국내 정치적 어젠다'는 내년 대선을 의식한 것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 가도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북한과 대화를 이어가는 모양새만 연출하는 상황은 허용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됐습니다.
공교롭게도 트럼프 대통령은 당일 기자들의 질문에 "그(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는 내가 다가올 선거를 치른다는 것을 안다"며, "나는 그가 선거에 개입하길 원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대북 정책을 대선과 연결 지었습니다.
북한 입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를 앞둔 상황을 자신의 요구를 최대한 관철할 기회로 이용하려 할 수도,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전망이 어두울 경우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반면 대북정책을 외교 업적 중 하나로 강조해온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일정한 성과를 통해 대선 호재로 활용하거나, 최소한 북한발 변수가 악재로 작용하지 않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지난 21일 기사에서 "북미 긴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2020년 대선 체제로 완전히 전환하려는 때에 외교정책 성적을 망칠 위협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도전을 제재 완화나 북한에 우호적인 협상 타결을 압박하는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전문가의 견해를 전했습니다.
정 박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는 "전술적으로 선거가 한몫을 하고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과정도 한몫한다"며,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적으로 꼼짝 못 하는 상황에 부닥쳐 있어 합의에 더욱 필사적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역대 미국 대선에서 전쟁과 같은 큰 상황이 아니라면 대외 정책이 선거의 핵심 이슈로 작용한 사례가 별로 없어, 북한발 변수의 영향력은 제한적이거나 미미한 수준에 불과할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지난 23일 "북한이 미 대선을 잘못 읽고 있을지 모른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믿는다면 위험한 계산을 하는 것이라는 견해를 전했습니다.
실제로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외교 정책이 아닌 국내 문제가 미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의제로 다뤄지고 있다는 겁니다.
VOA는 지난 5월 한 여론조사를 인용해 유권자의 3%만이 외교정책이 미국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라고 답했고, 의료보험, 경제, 이민, 교육, 환경 등 국내문제와 관련한 이슈를 꼽은 답변이 이보다 더 많았다고 전했습니다.
2016년 대선 때 출구조사 자료를 보면 13%의 유권자만이 외교정책이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응답했습니다.
존 딜러리 연세대 교수는 VOA에 "북한은 내년 대선을 결정하는 핵심 의제 목록에서 매우 아래에 있다"며, "북한이 차기 미국 대통령이 누구일지에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도 "김 위원장이 한국과 전쟁을 일으키거나 북한 이외 지역에 핵무기를 터트리지 않는 한 그는 내년 대선에 거의 어떤 영향도 미칠 수 없다"면서 "북한보다 훨씬 큰 영향력을 지낸 다른 문제들이 있다는 것은 사실"이라고 평가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