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재판을 앞두고 레바논으로 도주한 카를로스 곤 전 닛산(日産)자동차 회장과 일본 수사 당국의 장외 공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수사 중에 부당한 인권 침해를 겪었다고 주장한 곤 전 회장이 오늘(8일) 레바논에서 기자회견을 열기로 한 가운데 일본 정부와 검찰은 곤 전 회장 측의 불법성을 부각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곤 전 회장을 수사해 기소한 도쿄지검 특수부는 그의 부인 캐럴 곤에 대해 위증 혐의로 체포 영장을 발부받았다고 전날 발표했습니다.
캐럴은 작년 4월 곤 전 회장의 특별 배임 혐의와 관련해 공판 전 증인신문을 받았는데 그때 닛산의 자금 흐름에 관여한 것으로 추정되는 오만 판매대리점의 인도인 간부와의 관계에 대해 허위 증언했다고 도쿄지검은 의심하고 있습니다.
도쿄지검은 캐럴이 곤 전 회장 체포 후에 이 인도인 간부를 "만났는지 어떤지 기억이 안 난다", "메일 등으로 연락을 주고받은 적이 있었는지 어떤지 기억이 없다"는 등의 허위 진술을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오늘(8일) 이런 내용의 발표를 전하며 도쿄지검 특수부가 "공판 전에 사건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일본 외무성도 도쿄지검이 캐럴에 대해 위증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는 일본 법무성의 통지 내용을 일본 주재 외신 기자들에게 영문으로 배포하는 등 평소와는 다르게 적극적으로 홍보했습니다.
캐럴은 곤과 마찬가지로 레바논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더라도 도쿄지검이 그를 체포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오쿠보 다케시(大久保武) 레바논 주재 일본 대사는 전날 미셸 아운 레바논 대통령을 만나 곤 전 회장의 도주에 관해 "도저히 그냥 두고 볼 수 없다"며 강한 유감의 뜻을 표명하고 사실관계 규명을 위해 협력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일본 외무성의 설명에 따르면 아운 대통령은 "전면적인 협력을 아끼지 않을 것을 약속한다"고 언급했으나 이번 사건에 관해 레바논 정부가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일본 당국이 신병 확보 가능성이 불투명한 캐롤의 체포영장을 청구해 발부받고 피의사실까지 공표한 것은 장외 공방을 염두에 두고 곤 전 회장 측을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일본 검찰은 곤 전 회장이 아내와의 면회를 허용하지 않은 보석 조건 등을 비판한 것에 맞서 캐럴 역시 피의자라는 점을 명확하게 할 의도에서 체포 영장을 발부받았을 수도 있다고 교도통신은 분석했습니다.
곤 전 회장은 한국시간 오늘(8일) 오후 10시 레바논에서 기자회견을 할 예정입니다.
NHK의 보도에 따르면 회견에는 곤 전 회장이 직접 참석해 기자들의 질문에도 답할 것이라고 그의 법률 대리인이 설명했습니다.
그간 곤 전 회장이 내놓은 메시지를 보면 회견은 일본 측을 공격하는 폭로의 장이 될 전망입니다.
그는 탈출 직후 일본의 사법 제도가 '유죄를 전제로 하며 기본적인 인권을 부정한다'고 비판했으며 미국 매체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는 일련의 수사가 자신을 끌어내리기 위한 쿠데타였다는 물적 증거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일본에서는 수사 당국 외에도 곤 전 회장을 견제하는 시도가 이어졌습니다.
닛산자동차는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곤 전 회장이 일본의 사법 제도를 비판한 것에 대해 같은 날 기자회견에서 "우리나라는 법치국가다. 법과 증거에 토대를 두고 대응하고 있다"고 반론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