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전현직 수장 간 신경전이 벌어졌다. 베네딕토 16세 전임 교황(92)이 침묵을 깨고 현 교황이 추진하는 사제 개혁안에 반대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베네딕토 16세는 내달 출간 예정인 '마음 깊은 곳에서: 사제, 독신주의 그리고 천주교의 위기'에서 성직자가 부족한 아마존 지역에 기혼 남성의 사제서품 허용을 권고하는 세계주교대의원회의(synod·시노드) 투표 결과에 공개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냈다고 로이터통신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날 르피가로와 AP통신이 입수한 이 책의 내용에 따르면 베네딕토 16세는 "주님을 섬기려면 사제의 모든 재능을 바쳐야 한다"며 "남편 또는 아버지에게 요구되는 업(業)과 사제로서의 소명을 동시에 수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사제 독신주의의 필요성을 강조한 셈이다. 그러면서 "수많은 추문이 드러나고, 축성 받은 독신주의를 둘러싼 의문이 끊임없이 제기되면서 많은 사제가 모든 것을 포기하고 버리려는 유혹을 받고 있다"고 우려했다.
↑ [로이터 = 연합뉴스]
이처럼 베네딕토 16세가 목소리를 높인 것과 관련해 로이터 통신은 이례적인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프란치스코 교황(83)에게 '절대적 복종'을 맹세하고, 조용히 은거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독일 출신인 베네딕토 16세는 2005년 4월 요한 바오로 2세에 이어 제265대 교황직에 올랐으나 8년 만인 2013년 2월 건강 등을 이유로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교황의 자진 사임은 가톨릭 역사상 600여년 만에 벌어진 일이다.
아마존 지역 기혼 남성에게 사제 서품을 주는 방안은 지난해 10월 바티칸에서 열린 세계주교대의
원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졌으며 찬성 128표, 반대 41표를 받고 통과했다. 투표 결과는 구속력이 없으며, 프란치스코 교황이 최종 결정권을 행사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사제 독신주의를 교리(doctrine)가 아닌 전통(tradition)이라 부르며 변경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김덕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