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전세기 뜨는데 후베이성 교민들은 발만 동동

한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이 크게 번진 우한(武漢)시에 전세기를 보내 보내 교민들을 긴급히 데려오기로 했지만 700명가량의 신청자 중 약 170명가량이 우한이 아닌 인근 다른 도시에 있어 현재로서는 공항까지 갈 방법이 막막하다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오늘(29일) 현지 교민들에 따르면 우한과 인근 후베이성의 여러 도시에서 차량 이동이 완전히 통제된 가운데 우한이 아닌 후베이성의 다른 도시에 있는 교민들이 전세기 탑승을 위한 집결지인 우한까지 이동하기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우한 주재 한국 총영사관 측은 후베이성 정부와 협의해 우리 교민들이 타고 이동하는 차들에 임시 통행증을 받을 수 있게 했습니다.

하지만 현지 정부의 입장이 여러 차례 바뀌면서 상당수 교민이 발급받은 임시 통행증은 효력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우한과 인근 후베이성을 잇는 도로 곳곳이 물리적으로 폐쇄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의 근원지인 우한에서 사람들이 들어오는 것을 막는다면서 인근 후베이성의 여러 도시 길목의 주민들은 도로에 흙더미를 쌓아놓는 등 차량이 다닐 수 없게 장애물을 설치하고 '자경대'를 조직해 차량 통행을 막아서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전세기를 타려는 우리 교민들이 어렵게 차를 구해 우한 방향으로 향하다가 이내 길이 막혀 차량을 돌려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온 사례도 부지기수입니다.


우한 외곽 도시인 상양(襄陽)시에서 발이 묶인 한 국민의 지인은 "현지 정부에서 이동 허락을 해 줘도 돌담이나 토사 같은 걸 치워져야 움직일 수 있는 형편이라고 한다"며 "정부가 전세기를 띄운다고는 하지만 우한 외 지역의 국민들을 어떻게 돕겠다는 말이 없어 답답하다"고 호소했습니다.

심각한 문제는 교민들이 사는 인근 도시들에서 우한으로 가는데 이런 장애물이 얼마나 많이 설치되어 있는지 알 길조차 없다는 점입니다.

총영사관 측도 이런 문제를 알고는 있다. 하지만 현재 여건으로는 해당 교민들이 스스로 알아서 전세기를 탈 수 있는 우한 공항이나 우한 시내 4곳의 집결지까지 스스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입니다.

후베이성 한인회는 이처럼 우한 밖의 도시에 있어 전세기를 타겠다고 신청하고도 우한까지 이동할 길이 없는 국민이 17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한편, 중국 정부의 요구로 우리 교민들의 중국 국적 가족의 전세기 탑승이 어려워지면서 후베이성의 적지 않은 한중 부부들은 철수 기회를 얻지 못했습니다.

한 교민은 임신 3개월인 중국 국적의 아내와 함께 전세기에 탑승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우리 정부 측에 호소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우한 주재 한국총영사관이나 우리 외교 당국의 일부 대응 방식에 안타까움을 토로하는 교민들도 있습니다.

많은 교민이 우한까지 이동 방법을 포함한 전세기를 통한 철수 방법에 궁금증을 가진 가운데 우한 주재 총영사관은 인터넷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의심 등 건강상의 문제나 사건사고가 아닌 철수 관련 사항은 전화로 문의하지 말라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영사관 측은 공지글에서 "한국인 직원 9명이 모든 업무를 처리하는 중이며, 외부 지원도 없이 헌신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대규모 교민 철수라는 전례 없는 막중한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우한 주재 총영사관에는 공교롭게도 현재 총 책임자인 총영사가 없어 부총영사가 직무를 대행 중입니다.

옛 여권 출신 인사인 김영근 전 우한 총영사는 작년 부적절한 발언 등 개인 문제와 관련해 한국으로 소환된 뒤 조용히 면직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우한 총영사관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아직도 김 전 총영사의 공관장 인사말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우한 총영사는 춘계 공관장 인사가 이뤄지는 오는 3월 이후에나 보임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