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 된 정치 환경...'스타 파워' 발휘될지 관심
'트럼프 대 해리스, 해리스 대 트럼프.' 다가오는 미국 대선의 대진표가 확정되면서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들도 두 후보에 대해 속속 지지 의사를 밝히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이렇게 유명 인사들이 정치적 의사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일이 드물지 않습니다. 'Celebrity Influence'(우리 말로 옮기면 '유명인사의 영향력'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라는 책을 쓴 마크 하비에 따르면 '셀럽'들의 정치 활동은 100년에 가까운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1920년 대선을 앞두고, 노래도 잘하던 영화배우 앨 졸슨이 워런 하딩 당시 대통령 후보를 지지하는 내용의 노래를 불렀습니다. 다만 실제로 앨 졸슨이 정치적으로도 워런 하딩을 지지했는지는 분명치 않습니다. 광고 대행사의 요청이 있었고, 단순히 상업적 의도가 있었다는게 하비의 분석입니다.
선거판에 제대로 뛰어든 첫 유명인사는 프랭크 시나트라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을 지지했던 시나트라는 아예 선거 유세 활동에 참여했습니다. 나중엔 존 F. 케네디도 지지했습니다. 1940년대 당시 유명인사가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영화 혹은 음반 제작사 등과의 계약 위반이 될 수 있을 정도로 위험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시나트라가 루스벨트를 지지했던 것은 '시나트라니까' 가능한 일이었다고 하비는 설명합니다. 워낙 유명해서 그 정도 활동을 트집잡기가 어려웠다는 거죠.
이번 대선을 앞두고도 여러 유명 인사들이 대선판에 뛰어들었는데요, 일단 가장 시선을 끈 사람은 프로레슬러 헐크 호건입니다. 공화당 전당대회에 참석해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 연설을 하다 옷을 찢는 퍼포먼스를 연출했습니다. 헐크 호건은 트럼프를 '영웅'으로 부르면서 트럼프와 러닝 메이트 J.D. 밴스를 자신과 '마초맨' 랜디 새비지에 비유하기도 했습니다. '마초맨' 랜디 새비지는 1980년대와 90년대, 헐크 호건과 팀을 이뤄 링에 종종 오르던 프로레슬러입니다.
↑ 지난달 18일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 헐크 호건 연설 장면 / 사진=유튜브 GOP(미국 공화당) 계정 영상 캡처 |
가수들 가운데는 래퍼들의 트럼프 지지 선언이 눈에 띕니다. 래퍼 겸 모델, 영화배우 앰버 로즈 역시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연설을 했는데 "트럼프는 당신이 흑인이든, 백인이든, 동성애자든, 이성애자든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가 소수 인종이나 성소수자 인권에 둔감하다는 지적을 의식한 것으로 보입니다. 앰버 로즈의 전 연인이면서 래퍼인 카니예 웨스트도 전통적인 트럼프 지지자입니다. 래퍼 '50센트'는 2020년 대선에서는 트럼프를 지지했다가 지지를 철회했습니다. 그러다 최근 또 다시 트럼프쪽으로 기운 듯한 발언을 했습니다. 지난 6월, 의회를 방문했을 때 취재진에게 "흑인들이 트럼프에게 공감하는 듯하다"고 말했습니다.
↑ 트럼프 부부와 촬영한 사진을 SNS에 올린 래퍼 앰버 로즈(사진 오른쪽) / 사진=인스타그램 amberrose 계정 캡처 |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막강한 연예인 지지 군단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30일 미국 음악매체 빌보드는 해리스와 트럼프를 지지하는 가수들의 명단을 발표했습니다. 트럼프 지지자로 이름을 올린 가수는 10명에 불과했지만, 해리스 지지자는 20명에 달했습니다. 20명 가운데는 아리아나 그란데, 비욘세, 캐롤 킹을 비롯해 한국에서도 유명한 가수들이 많았습니다. 해리스는 비욘세의 노래 '프리덤'을 선거 캠페인 송으로 채택하기도 했습니다.
↑ 해리스와 촬영한 사진을 SNS에 올린 가수 캐롤 킹 / 사진=인스타그램 caroleking 계정 캡처 |
헐리우드 스타들도 적지 않은 숫자가 해리스로 기울었습니다. 민주당 지지자로 유명한 조지 클루니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후보 사퇴를 촉구해 파장을 일으켰지만, 해리스로 후보가 바뀌자 즉시 해리스 지지를 선언했습니다. 에바 롱고리아, 로버트 드 니로, 영화감독 스파이크 리도 해리스 지지 행렬에 동참했습니다.
↑ 해리스에 대해 지지를 선언한 영화 감독 스파이크 리 SNS / 사진=인스타그램 officialspikelee 계정 캡처 |
유명 인사들의 지지가 실제 대선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선 미국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립니다. 토크쇼 진행자로 유명한 오프라 윈프리가 2008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의 숨은 공신이었다는 분석도 있지만 스타들이 힘을 발휘하지 못한 선거도 있습니다. 힐러리 클린턴은 스칼렛 요한슨과 제니퍼 로페즈를 비롯해 한 번에 캐스팅하기도 어려운 유명 배우들의 지지를 등에 업었지만, 2016년 대선에서 패배했습니다.
2008년 이후 심화된 미국 정치의 양극화와 연결지어 이런 현상을 설명하는 견해도 있습니다. 유명인사의 몇 마디 말로는 이미 강화된 정치적 지향성이 바뀌지 않는 정치 풍토가 자리잡았다는거죠. USA 투데이는 지난 5월, 유명인사들의 정치적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는 현상을 보도하면서 정치 전략가 루이스 페런의 분석을 인용했습니다. 정치적 당파성이 강해진 탓에 유명인사의 지지에 영향을 받을 유권자는 전체 유권자의 6% 정도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유명 인사들의 지지 선언이 정치 자금 모금에는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페런은 덧붙였습니다. 그리고 정치에 관심이 없는 젊은 유
헐크 호건과 조지 클루니, 11월에 웃는 사람은 누가 될까요?
[ 이권열 기자 / lee.kwonyul@mbn.co.kr]
[아메리카 샷 추가] 에서는 현재 미국 조지아대학교에서 방문 연구원으로 연수 중인 이권열 기자가 생생하고 유용한 미국 소식을 전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