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주민에 수갑 채워 군용기 추방…최정예 부대 동원도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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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8월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철수 당시 함께 탈출한 아프간 난민들 / 사진=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직후 발동한 행정명령으로 난민 수용이 중단되자,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미군을 도운 아프간인들이 배신감을 토로하고 있다고 영국 BBC 방송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과 동시에 미국 국경 안보에 관한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등 외국인 입국 장벽을 높이는 다수의 행정명령에 서명했습니다.
이 중에는 난민 정착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아프간 난민의 입국 신청 처리를 미루거나 항공편을 취소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습니다. 이 행정명령은 미군 요원의 가족 등에도 예외 없이 적용됩니다. 문제는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국이 20년 가까이 벌인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미군 등의 활동을 도왔다가 탈레반의 표적이 된 현지인들이 포함돼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들 중 일부는 2021년 8월 미군의 다급한 철수 과정에서 함께 미국으로 탈출했지만, 다수는 현지에 남아 은신처를 전전하거나 파키스탄 등 주변 지역에 체류하며 미국의 망명 승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프간인 조력자와 함께 탈출하지 못한 가족들도 같은 처지에서 난민으로 인정받는 날만을 고대하는 실정입니다.
이미 망명 승인 절차가 막바지에 이른 신청자만 1만∼1만 5,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모든 절차를 중지시킴으로써 이들의 희망을 꺾어 놓은 것입니다.
탈레반은 공식적으로 미군 조력자들을 모두 사면했다는 입장이지만, 유엔에 따르면 수백 명의 조력자들이 살해당하는 등 위협이 이어지는 것으로 추정합니다.
가명으로 BBC와 인터뷰에 응한 아프간인들은 일제히 "미국이 우리에게서 등을 돌렸다"고 절망감을 털어놓았습니다.
미군 통역원으로 일하다가 누이를 아프간에 남겨둔 채 철수해 현재 미군 공수부대원으로 복무 중인 '압둘라'는 "미국은 내가 이 나라를 위해 무엇을 했는지 전혀 알아주지 않는 것 같다. 이건 배신이다"라고 성토했습니다.
당시 누이는 비행기 시간에 맞춰 여권을 받지 못해 남겨졌으나, 최근 미국 정착에 필요한 신체검사와 면접 등을 통과한 상태였다고 합니다. 행정명령을 듣자마자 누이와 통화했다는 그는 "누이가 모든 희망을 잃은 채 울고 있더라"며 "다시는 못 볼 것 같다며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초조해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아프간 전쟁에서 탈레반과 이슬람국가(IS) 공습을 도왔던 조력자 '바박'은 미 공군으로부터 난민 신청을 위한 보증서까지 발급받았지만, 미국 땅을 밟지 못한 채 아프간 은신처 생활을 기약 없이 이어가게 됐습니다. 그는 "우리는 목숨을 걸고 작전을 도왔음에도 심각한 위험에 처하고 말았다. 부여잡고 있던 한 줄기 빛마저 소멸했다"며 "그들은 우리에게 한 약속만 버린 것이 아니다. 우리를 버렸다"고 심정을 토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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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서 추방되는 이주민들이 군용기에 탑승하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불법으로 체류하는 이주민들을 군 수송기에 태워 추방하는 등 국경 통제 강화에 군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수갑을 찬 이주민들이 줄지어 군용기에 탑승하는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레빗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에 강력하고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미국에 불법으로 들어오면 심각한 결과를 맞을 것이다"라고 밝혔습니다.
통상 이주민을 항공기에 태워 추방할 때 수갑을 채우지만, 군용기를 이용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CNN은 설명했습니다.
블룸버그 통신은 당국이 군용기까지 동원해 이주민을 몰아내는 모습을 백악관이 직접 공개한 것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쇼맨십' 발휘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이주민의 체포 과정과 단속 성과에 대해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고 짚었습니다.
국경 통제에 미군 최정예 부대를 동원하려는 움직임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국방부가 남서부 국경 배치를 위해 5,000여 명의 전투병력을 준비시켰다면서 육
CNN과 워싱턴포스트(WP)도 82공수사단과 10산악사단의 국경 파견이 논의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82공수사단은 그간 주로 미군의 해외 전투 지역에 파병돼 온 핵심 병력으로 꼽힙니다.
[김경태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dragonmoon202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