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오르는 유럽 CPI 상승률·브라질 인플레이션 경고…각국 인플레이션 비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전쟁의 포문을 열어젖히면서 가뜩이나 재점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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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
현지시간으로 어제(6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전 세계 펀드매니저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글로벌 인플레이션 재발을 우려하는 응답자가 지난해 11월 조사 당시 9%에서 12월 16%, 지난달 27%로 늘어났습니다.
이어 보스턴 연방준비은행(연은)도 현지시간으로 어제(6일) 트럼프의 관세가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기준으로 변동성이 높은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기저 인플레이션을 0.8%p까지 올릴 수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미국 인플레이션이 연준이 목표하는 2%를 여전히 상회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0.8%p 상승은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미국의 지난해 12월 PCE 물가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2.6% 상승했고 같은 기간 핵심 PCE 물가지수는 2.8% 오른 바 있습니다.
경제학자들은 제2차 미·중 무역 전쟁이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때보다 훨씬 더 큰 비용을 초래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빌 클린턴 전 행정부에서 상무부 차관을 지낸 윌리엄 라인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국제경제석좌는 "트럼프 행정부 1기 때 무역팀은 미국 소비자에 대한 영향을 피하거나 최소한 지연시키기 위해 관세 부과 대상 목록을 신중히 작성했다"며 "월마트 진열대에 오를 제품이 아닌 품목을 타깃으로 삼은 덕분에 충격을 완화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습니다.
무엇보다 정권 1기 땐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낮았지만, 현재는 고금리 정책을 이어가고 있음에도 여전히 연준 목표치보다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에 브라이언 베튠 보스턴칼리지 경제학과 교수는 "금리가 현재의 높은 수준으로 장기간 유지될 위험이 있다"며 "이는 주택담보대출(모기지)과 일반 대출 금리를 끌어올리고 실질 경제성장률을 떨어트릴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미국을 비롯한 각국이 코로나19 이후 기록적인 인플레이션에 대응해 기준금리를 인상했다가 다시 인하 국면에 들어갔지만, 최근 들어 인플레이션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는 점입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10월 "인플레이션을 상대로 한 글로벌 전쟁은 대체로 승리했다"고 평가했지만, 지난달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는 공개적으로 이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습니다.
미국의 경우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지난해 12월까지 3개월 연속 올랐고,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해 9월부터 3차례 연속 이어온 기준금리 인하 행진을 멈추고 지난달 4.25∼4.50%로 금리 동결을 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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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제롬 파월 연준 의장 /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인) 관세·이민·재정정책, 규제와 관련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직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구체적인 정책을 기다리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연준 인사들의 금리 인하 신중론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시장에서도 올해 기준금리 인하 기대 폭을 조정하고 있습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의 경우 CPI 상승률이 지난달까지 4개월 연속 오름세를 보였습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필립 레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국제무역상의 마찰로 인플레이션 전망이 흐려질 수 있다면서 새로운 물가 상방 위험이 나타날 수 있다고 5일 말했고, 유럽 내에서는 에너지 가격 상승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남미에서는 지난해 긴축적 통화정책에 들어간 브라질 중앙은행이 향후 6개월간 인플레이션이 용인 가능한 수준을 넘어설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아시아 국가들의 경우 물가가 대체로 목표 범위 안에 들어온 상태지만 여전히 안심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한국의 경우 지난 5일 발표된 1월 CPI 상승률이 2.2%를 기록, 3개월 연속 오르며 5개월 만에 2%대로 복귀했습니다. 국제유가와 원/달러 환율이 물가 상승 요인으로 꼽힙니다.
이런 가운데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국제결제은행(BIS) 사무총장은 어제(6일) CPI에 대한 위험을 예측하기 어려워졌다면서 "대중은 장기간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완만히 하회하는 것보다 단기간이더라도 인플레이션이 높은 데 대해 더 분개하는 게 분명하다"고
그러면서 무역 분야를 비롯한 정책 불확실성이 중앙은행들의 정책 결정에 어려움을 주는 요인이라고 말했습니다.
관세는 물가를 상승시킬 뿐만 아니라 성장도 저해할 가능성이 크며, BIS는 최근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상승) 가능성을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김세은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rlatpdms01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