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미 국방, '우크라 영토 포기' 오락가락 발언에…공화당서도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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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크라이나, 미국 대표단 / 사진=연합뉴스 |
JD 밴스 미국 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약 40분간 만나 종전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밴스 부통령과 나눈 종전 방안이 좋은 대화였다면서도 "우리가 트럼프, 유럽과 공동 계획을 세운 뒤에야 (푸틴 대통령을) 만날 수 있다"며 미국을 지적했습니다.
지난 1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해 종전 협상을 즉각 시작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힌 지 이틀 만입니다.
양측은 향구적 평화가 동반되는 방향으로 전쟁을 끝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우크라이나 측은 러시아의 추가적인 침공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분명한 안전보장책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점을 특히 강조했습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밴스 부통령은 이날 오후 뮌헨안보회의에서 회동한 뒤 "우리는 전쟁을 끝내고 살상을 멈추길 원한다. 그러나 몇 년 뒤 다시 동유럽이 분쟁에 휘말리게 될 평화가 아닌, 견고하고 지속적인 평화를 원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필요한 대화를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며 "지금은 이 정도만 말하겠다. 책임감 있게 일을 마무리하기 위해 선택의 여지를 남겨두려고 한다"고 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엑스(X·옛 트위터)에 "좋은 대화를 나눴다. 첫 만남이고 마지막이 아닐 걸로 확신한다"며 "더 대화하고 협력해 푸틴을 막을 계획을 준비해야 한다"고 적었습니다.
다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회담에 앞서 연설에서 "우리가 트럼프, 유럽과 공동 계획을 세운 뒤에야 (푸틴 대통령을) 만날 수 있다"며 전쟁 종식을 위한 미국의 준비된 계획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지적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등 미측 인사들이 최근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과 미국의 파병에 모두 선을 그은 상황에서 앞으로 미국이 내놓을 구체적 협상안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요구와 불안감을 동시에 반영한 발언으로 풀이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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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회견 하는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 장관 / 사진=연합뉴스 |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이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청사진'에 대해 오락가락하는 발언으로 혼란을 키웠다는 지적이 미국에서 나옵니다.
이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헤그세스 장관은 전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방장관 회의를 마무리하는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과 관련해 "모든 것이 테이블 위에 올라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회의 첫날인 12일 나토 본부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방위연락그룹'(UDCG) 회의에서 유럽 장관들의 면전에 쏟아낸 압박성 발언을 하루 만에 뒤집은 것입니다.
당시 그는 모두발언을 통해 "우크라이나의 국경을 2014년 이전 상태로 되돌리는 것이 비현실적인 목표임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돼야 한다"며 유럽과 우크라이나에 '허황된 목표'를 버리라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또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미국이 추진하려는 협상의 '현실적 결과물'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밝혔고, 우크라이나에 미군이 파병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도 엄포했습니다.
직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했다며 종전 협상 개시를 선언하면서 헤그세스 장관의 발언은 일종의 '미국발 종전 가이드라인'으로 받아들여졌다.
이에 유럽 인사들 사이에서는 미국과 러시아 간의 '밀실 협상'으로 양보를 강요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쏟아져 나오자, 불과 24시간 만에 발언을 주워 담으며 진화에 나선 것으로 해석됩니다.
이에 미국 공화당 내에서도 헤그세스 장관이 실수를 저질렀다는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상원 군사위원장인 로저 위커 상원의원(공화·미시시피)은 폴리티코와 인터뷰에서 "그가 훌륭한 국방부 장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번에 브뤼셀에서는 초보적인 실수(rookie mistake)를 저질렀다"고 지적했습니다.
위커 상원의원은 불안감을 안겨준 헤그세스의 첫 발언을 경험 미숙으로 인한 외교적 실수라고 규정하며 "첫 회의를 앞두고 무엇에 동의하는지를 말하지 않는 것은 상식"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그 연설문을 누가 썼는지 모르겠지만, 터커 칼슨이 썼을 법한 내용 아니냐. 칼슨은 바보다"라고 비꼬았습니다. 터커 칼슨은 푸틴 대통령을 두둔하는 입장을 내비쳐 온 우파 평론가입니다.
NYT는
[김경태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dragonmoon202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