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간 첨단기술 협력 제약·한미 동맹에도 영향 줄 수 있어
미국 정부와 협의해 실제 발효 막는 것이 중요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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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에너지부 / 사진=연합뉴스 |
미국이 지난 1월 원자력, 인공지능(AI) 등의 협력을 제한할 수도 있는 '민감국가 리스트'에 동맹국인 한국을 추가했다는 사실이 14일(현지시간) 확인됨에 따라 정치·외교적 파장이 예상됩니다.
오는 4월 15일부터 시행될 경우 한미 간 첨단기술 협력에 제약적 요소가 되는 것은 물론 한미 동맹 관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의 핵 능력이 고도화된 상황에서 미국이 한국과의 원자력 협력을 제약한다면 안보적으로 북한에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 또한 존재합니다.
정부가 관련 상황을 선제적으로 파악해 적시에 대응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도 논란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민감국가 목록에 한국이 포함됐다는 이야기가 나온 지난 10일, 정부의 첫 반응이 "관계부처와 관련 내용을 확인 중"이었던 것을 보면 정부가 목록 포함 여부와 시점 등을 최근까지 명확히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정부는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한미 동맹은 변함없다고 말해 왔지만, 양국 협력 분야를 둘러싼 미국의 움직임을 미리 파악하지 못한 셈이 됐습니다.
지난 10일 국내 한 언론에서 미국 에너지부가 다음 달 15일부터 한국을 민감국가로 분류하고 관련 행정 준비에 들어갔다는 사실이 보도됐을 때만 해도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에 따른 조치라는 인식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바이든 정부 말기인 지난 1월 초 '민감국가 및 기타 지정국가 리스트'(Sensitive and Other Designated Countries List·SCL)'의 최하위 범주인 '기타 지정 국가''(Other Designated Country)에 추가된 것이 확인됐습니다.
목록 효력 발효는 다음 달 15일로, 특별한 변화가 없다면 한국은 SCL에 최종적으로 포함될 것으로 보입니다.
바이든 정부의 에너지부가 어떤 이유로 한국을 리스트에 올렸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리스트는 에너지부 자체 판단에 따라 결정되는 것으로 파악돼 미국 정부 차원에서의 판단이 있었는지는 불투명하다는 분석이 제기되는 상황입니다.
같은 시기 한국에서는 지난해 12월 3일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 조치가 있었으며, 같은 달 14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는 정치적 격변이 있었습니다.
이에 앞서 2023년 1월에 윤 대통령은 북한 도발 수위가 고조될 경우를 전제로 "대한민국이 전술핵을 배치한다든지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자체 핵무장 가능성을 시사한 듯한 윤 대통령의 발언은 한국 내 자체 핵무장 찬성 여론과 맞물려 미국 조야에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당시 바이든 백악관의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 존 커비는 "바이든 대통령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했으며 이는 변하지 않았다"라면서 북한은 물론 한국도 포함하는 '한반도 비핵화'를 미국 정책으로 재강조했습니다.
트럼프 정부가 바이든 정부 때 조치를 시행할 경우 한미 간 핵 관련 협력에 제약이 생기는 것은 물론이고 미국이 린치핀(linchpin·핵심축)으로 부르는 동맹국인 한국과의 신뢰에도 타격이 예상됩니다.
에너지부는 국가안보, 핵 비확산, 테러 지원 등의 우려가 있는 국가를 민감국가 리스트에 추가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미국 정부에 의해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된 북한, 이란 등과 위험국가인 중국, 러시아 등이 들어가 있습니다.
한국은 기타 지정 국가에 들어가 있으며, 이는 우려 정도가 북한 등에 비해서는 낮다는 의미로 보입니다.
하지만 민감국가 리스트 포함이 확정되면 에너지부 관련 시설이나 산하 연구기관에 방문하거나, 이들 기관과 공동 연구를 진행하기 위해 에너지부의 사전 허가가 필요하게 됩니다.
에너지부는 리스트에 있는 국가들과도 정기적으로 협력한다고 밝혔으나 실제로는 협력에 제약이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나아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핵심 동맹국인 한국이 민감국가 리스트에 들어간다면 한미동맹에도 부정적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적어도 에너지부 차원에서는 테러지원국이자 불법 핵무기 개발 국가인 북한과 한국이 유사한 위치에 놓이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이후 한미 동맹이 이미 외교·경제적으로 시험대에 오른 상태라는 점도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경제적으로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에 대한 무차별적 관세 전쟁의 포문을 열면서 한국도 겨냥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적으로는 한국에 대해 방위비 분담의 대폭 증액 기조 등을 강조하면서도, 북한에 대해 '핵보유국'이라고 거듭 지칭하며 북한과 '잘 지내는 게 좋다'는 인식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한국 정부가 미국 정부와 협의해 리스트 실제 발효를 막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다만 윤 대통령 탄핵 소추로 국가적 리더십이 사실상 부재한 상태인 데다가 헌재 결정이 임박한 상황이기에 우려가 가중되고 있습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지난 1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답변에서 비공식 경로로 관련 동향을 알게 됐으며 미국 측에 문제를 제기한 뒤 에너지부가 경위를 파악 중이라고 말
조 장관은 회의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심각하지 않은 어떤 요인 때문에 생기는 일회성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도 말했습니다.
또한 외교부 당국자는 "한미 간 에너지, 과학기술 협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적극 교섭해 나갈 것"이라 강조했습니다.
[강윤지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forteyoung061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