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공허할수록 더 많은 것 사"…공동선 추구
보수적인 가톨릭 개혁에 힘써…성추문 은폐 해결도
사회에도 적극 목소리 내…생애 마감 직전까지 평화 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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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란치스코 교황 [사진=AFP 연합뉴스] |
프란치스코 교황은 현지 시각 21일 오전 7시 35분에 향년 88세로 선종했습니다.
최근 심각한 폐렴으로 입원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입원했다가 회복해 활동을 재개했지만 다시 병세가 악화한 것으로 보입니다.
교황청은 성명을 내어 프란치스코 교황의 직접 사인은 뇌졸중과 그에 따른 심부전이라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톨릭 2천년 역사상 최초의 라틴 아메리카 출신 교황이었고, 시리아 출신 교황(그레고리오 3세) 이후 1,282년 만에 탄생한 비유럽권 출신 교황이었습니다. 또한 최초의 예수회 출신 교황이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격식보다는 본질을 중시했습니다. 그가 일반 사제가 아니라 수도회(예수회) 출신인 까닭이 큽니다.
교황은 사제가 되기 전부터 마약을 유통하는 마피아가 있고 총을 맞아 죽을 위험이 있는 빈민촌을 드나들며 외부에 알리지 않고 지속적으로 봉사활동을 했습니다.
아르헨티나 추기경 시절에도 교구에서 제공되는 자동차와 운전기사를 거절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대신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다녔습니다. 자신도 평범한 사람이라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지난 2013년 교황으로 즉위한 이후에도 아침 미사에 가장 먼저 초청한 이는 바티칸의 쓰레기를 치우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같은 해 프란치스코 교황은 "특히 젊은이들과 가난한 이들의 기도가 지극히 높으신 분에게 닿기를 간청한다"라고 기도를 올렸으며 "최신 모델의 차를 가진 신부를 보니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습니다.
탐욕을 멀리 한 그는 "사람들이 자기중심적이고 자기 폐쇄적으로 되면 탐욕이 커진다. 마음이 공허할수록 더 많은 것을 사고, 소유하고, 소비해야 한다는 욕구가 커진다"며 "이런 지평에서는 공동선에 대한 진정한 감각도 사라진다"고 우려했습니다.
'가난한 이들의 성자'로서 유럽 출신 추기경들이 자리를 차지해온 '신의 대리자' 교황의 자리에 오른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처럼 권위적이지 않은 태도, 검소한 생활 방식과 진정성 있는 발언으로 전 세계인의 존경심을 자아냈습니다.
교황청 관료주의와 바티칸 은행 등 가톨릭 내부를 향한 변화도 일구었습니다.
그동안 언급이 금기시되고 은폐된 성추문 해결에도 앞장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성직자들의 아동 성 착취를 종식시키겠다고 맹세한 후 아일랜드의 더블린을 방문하여 무고함의 촛불 앞에서 성학대 피해자들을 위해 기도하는 등 수차례 목소리를 낸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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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란치스코 교황 [사진=AFP 연합뉴스] |
교황청은 2021년 6월 미성년자 성범죄를 저지른 성직자 처벌을 명문화하는 등 38년 만에 교회법을 개정했습니다.
포용적인 교회를 주창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개혁 행보를 흔들림 없이 꿋꿋하게 이어갔습니다.
소외된 이들인 동성애자와 낙태 또는 이혼 후 재혼자에 대한 자비로운 목소리를 냈으며 이 과정에서 교회 내 보수파와 갈등을 빚기도 했습니다.
동성애 성향을 가진 사람들에 대해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들도 하나님의 자녀"라며 "그들 중 일부는 실제로 요청하지 않은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이런 상황에 처해 있지만, 그런 사람을 비난하는 것은 죄악"이라며 동성애 성향을 범죄시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교회는 신자들에게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가야 한다"며 라틴어로 진행되는 전통 미사 집전을 제한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세상에 맞게 교회가 바뀌어야 한다고 본 교황에 맞서 교회에 맞게 세상이 바뀌어야 한다는 보수파의 반발이 거셌는데, 이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아웃사이더' 교황이기에 보수 세력의 반발이 더 극심했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하지만, 개혁의 행보를 이어간 프란치스코 교황은 세상을 향한 용서와 사랑의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내놓았습니다.
기후 변화나 난민 등 사회 문제에 역대 어느 교황보다 적극적으로 관여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6년에는 "예수도 난민이었다"며 바티칸 특별미사에 빈민과 난민 6000여 명을 초대했습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남한과
선종 하루 전날까지도 안젤로 코마스트리 추기경이 대독한 부활절 연설에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상황이 개탄스럽다"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휴전을 촉구한다"고 말하는 등 전쟁을 끝내라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내놓았습니다.
[ 김문영 기자 kim.moonyoung@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