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의 사고로 사랑하는 남편을 한순간에 잃고 실의에 빠진 아내. 어느 날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한 서비스 덕분에, 절망을 딛기 시작합니다. 바로 고인의 데이터를 학습한 AI 챗봇과 대화하는 서비스인데요. 문자에 이어 음성 통화, 남편과 똑같은 로봇까지 마주하면서, 점점 감정은 복잡해집니다. 최근 화제가 되고있는 블랙미러의 지난 시즌 에피소드 일부입니다. AI 기술이 우리 생활 곳곳에 스며들고 있는 요즘, 더 이상 드라마 속 아내 모습이 낯설지만은 않습니다. 달콤함만 줄 것 같은 AI 기술의 섬뜩함이 읽히는 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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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이정인 클루엘리 CEO X 캡처 |
최근 미국에서 한인 20대가 개발한 AI 이용 기술이 화제입니다. 바로 시험, 면접, 전화통화 등에서 자신만 볼 수 있는 브라우저 창을 통해 AI로부터 실시간 질문에 대한 답변과 요약 정보를 받을 수 있는 기술인데요. 궁극적으로 상대방을 속일 수 있는 겁니다. 이 기술은 21세의 한인 로이 리 (이정인)와 닐 샨무감이 개발, 스타트업 ‘클루엘리’를 공동 창업했으며, 최근 530만 달러(한화 약 75억 원)의 시드 투자를 받았다고, IT 전문매체 테크크런치 등은 보도했습니다. 기본 버전은 제한된 기능으로 무료로 제공되며, 다양한 기능이 포함된 프로 버전은 월 20달러 또는 연 100달러의 비용을 내야 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씨는 X를 통해 클루엘리 출시 공개 소식과 함께 직접 클루엘리로 한 여성과 소개팅을 하는 영상도 업로드했습니다. 이 영상은 하루 만에 1천 만 조회수를 넘겼고요. 앞서 이 씨는 이 기술로 아마존 면접을 봐 합격했다며, 당시 녹화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해당 영상은 현재 삭제 됐고 아마존 측은 “모든 지원자는 면접 과정에서 허가받지 않은 도구를 사용해선 안 된다”며 간접적으로 이 씨 행위가 부정행위에 해당한다고 규정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클루엘리 측은 이 기술을 맞춤법 검사기, 계산기, 구글처럼 혁신적 도구에 비유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기술이 뛰어나도 그 사용 목적에 우려를 나타내며 이용자의 주의를 강조했습니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해당 기술로 면접을 볼 경우) 채용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업무 방해, 불법에 해당할 수 있다”며 “이용자가 AI서비스를 통해 다른 누군가를 속이므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주의깊게 AI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김희진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 교수도 “이용자는 해당 서비스로 목적 달성을 하려면, 상대방의 코멘트가 담긴 오디오 데이터 등을 실시간 처리
"모든 것을 속이자(cheat on everything)" 해당 기술을 소개하며, 이 씨가 X에 남긴 글인데요. AI 기술의 발전이 가져올 미래에 대한 기대보다 두려움이 느껴지는 부분이라, 여러 모로 깊이 고민해볼 만한 지점인 것 같습니다.
[오지예 기자/calling@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