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고위험군 속하는 10대도 백신 접종해달라"
멕시코의 한 12세 소녀가 정부의 코로나19 정책을 조목조목 비판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 소녀는 2분짜리 영상 하나로 멕시코 어린이·청소년 코로나19 백신 접종 정책까지 바꿨습니다.
현지 시간 23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줄마 곤잘레스 가르시아는 SNS에 영상을 올려 멕시코의 미성년자 코로나19 백신 접종 논쟁을 촉발했습니다.
가르시아는 지난 9월 3일 트위터에 '내 입장이 되어봐(Stand in my shoes)'라는 제목으로 영상을 올렸습니다. 영상 속에서 그는 멕시코 보건 장관에게 미성년자 백신 접종을 허가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따져 물었습니다.
가르시아가 이 영상을 찍기까지는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1형 당뇨를 앓던 그는 대면 수업 재개를 앞두고 백신 접종이 시급했습니다. 그러나 18세 미만에는 백신 접종을 하지 않겠다는 정부 정책에 따라 접종 대상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이에 반발해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9월 초 법원은 가르시아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백신 접종일을 기다리던 그때 주 보건당국이 이를 가로막았습니다. 정부 정책에 따라 주사를 놓아줄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코로나19 감염 불안 속에 백신을 맞을 날만 기다렸던 가르시아는 분노가 치밀었다고 합니다. 그날 밤, 가르시아는 카메라 앞에 섰습니다.
가르시아는 영상에서 휴고 로페즈 카텔 보건 장관을 겨냥해 정부의 코로나19 백신 정책 문제를 하나하나 따졌습니다. 가르시아는 일관되지 않은 가텔 장관의 태도를 가장 큰 문제로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해 가텔 장관이 온라인으로 연 '청소년과의 대화'에서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가르시아는 "장관님, 저를 기억하시나요?"라며 당시 자신의 질문에 장관이 답했던 내용을 상기시켰습니다.
이에 따르면, 당시 가르시아는 "저처럼 당뇨병 등 질환을 앓고 있는 10대도 코로나19 고위험군에 속하느냐"고 물었고, 가텔 장관은 "그렇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특별한 예방조치가 필요한 사람들이다"라고 답했습니다.
가르시아는 당시 상황을 기록한 영상을 근거로 내밀며 "그런데 왜 백신 접종 정책에서는 저처럼 위험에 처한 청소년들은 고려하지 않느냐"며 "나는 당장 코로나19 백신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증거까지 제시하며 주장을 펼치는 그의 모습에 또래 청소년과 부모들은 박수를 보냈습니다. 10대들은 SNS에서 'VaccinateKids'라는 해시태그를 통해 미성년자도 백신을 맞을 권리가 있다고 요구했습니다.
파장이 커지자 가텔 장관도 해명에 나섰습니다. 다만 "미성년자의 백신 접종은 더 큰 위험에 처한 성인을 위한 백신 1개가 줄어든 것을 의미한다", "미성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사망보다 사고사가 더 많다"며 백신 접종 대상자를 확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그러나 이 해명은 "어린이의 안전을 과소평가했다"는 비판만 더 키웠습니다. 결국 지난달 10일 "당뇨·암 등 기저질환이 있는 12~17세 청소년 약 100만 명을 대상으로 접종을 시행하겠다"며 기존 방침을 뒤집었습니다. 가르시아가 영상을 올린지 일주일 만이었습니다.
다만 이번 변화가 1,200만여 명 청소년 전체에 적용되는 건 아니어서 논란은 계속될 전망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멕시코 전역에서 정부를 상대로 한 청소년과 부모들의 소송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최근 2차 접종까지
한편 미국, 영국을 비롯해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이 12세 이상에도 백신 접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