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서 반려동물용으로 수입된 햄스터 2000마리가 도살 위기에 처했다. 홍콩 당국이 햄스터를 코로나19 감염 원인일 수 있다고 지목하면서 안락사 명령을 내려서다. '햄스터는 죄가 없다'며 도살 처분에 반대하는 청원자 수도 2만여명 가까이 늘어났다.
18일 홍콩 당국은 12월22일 이후 네덜란드로부터 수입된 후 판매한 2000마리 햄스터를 도태시키겠다고 밝혔다. 해당 날짜 이후 햄스터를 구입한 소유자는 당국에 햄스터를 양도해야 한다. 햄스터를 판매하는 애완동물가게 34곳 영업이 중단되며, 햄스터 수입도 일시 중지된다. 다만 햄스터 양도 권고는 행정 결정이라, 지키지 않는다고 해서 법적 처벌을 받지는 않는다.
홍콩 당국은 지난 16일과 18일 코즈웨이 베이 애완동물매장 직원과 방문 손님이 잇달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자, "공중보건에 대한 위험이 있다"며 이 같은 조치를 내렸다. 해당 가게에 있던 햄스터 11마리 역시 코로나19 검사 결과 예비양성으로 분류됐다.
아직 동물이 코로나19를 사람에게 전파한다는 과학적 근거는 밝혀지지 않았다. 지난 2020년 덴마크에서는 밍크 양식 농장에서 350건의 확진자가 발생한 후 밍크 1700만 마리를 도살한 적이 있다고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전했다.
홍콩 정부 전염병 고문인 위엔 궉 융 교수는 "햄스터는 바이러스에 매우 민감하고 쉽게 감염된다"며 "보통 감염 후 10일 안에 엄청난 양의 바이러스를 내뿜기 때문에, 동물 도태 결정은 '단호하고 현명하다'"고 말했다.
정부 발표 후 애완동물 가게에는 햄스터 도태 문의가 급증했다. 홍콩 라이프온팜 측은 "평소 하루 1~2건이었던 햄스터 도태 문의가 60건 이상으로 늘었고, 20여명의 햄스터 주인들은 설득에도 (도태하겠다는)마음을 바꾸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부 결정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홍콩에서는 정부 발표 이후 "작은 동물에 대한 부당한 안락사를 막아달라"는 청원이 웹사이트에 올라
학계에서도 이번 조치가 동물 유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니콜라우스 오스테리더 홍콩 시립대 수의대·생명과학대 학장은 "매우 가혹한 조치"라면서 과잉 반응한 반려동물 주인들의 "동물 유기로 이어질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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