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가 주식 양도 차익에 매기는 금융투자소득세 시행 시점을 2025년으로 유예한다는 방침을 밝힌 가운데 금투세가 도입되면 가족 간 증여를 통한 세금 회피 가능성이 있어 자금에 대한 추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시장 수용성을 문제로 들며 금투세 도입을 연기하겠다고 밝혔는데 금투세 제도적 보완 필요성을 지적한 연구 결과가 나오며 새 정부 방침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8일 조세재정연구원은 '금융투자소득 납세협력과 과세행정에 대한 연구' 보고서를 통해 배우자 간 증여 또는 직계존비속 간 증여를 통한 금융투자소득세 회피 가능성이 있어 매각 대금의 재증여 여부에 대한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행 증여세법상 증여자와 수증자의 관계에 따라 1000만원에서 6억원까지 증여재산 공제를 허용하고 있어 이를 절세 수단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금투세가 도입되면 이 같은 증여 사례가 더 많아질 것이라는 게 조세연의 관측이다.
조세연은 "현행 소득세 체계에서는 국외 주식 정도가 절세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으나 금투세 도입 시에는 모든 항목에서 이러한 행태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며 "금융자산의 경우 부동산 등과는 달리 증여 절차가 매우 간단해 과세 회피 행위에서 유인 요인이 훨씬 크다"고 설명했다. 실제 금융자산을 증여할 때는 건당 1000원 정도의 저렴한 수수료를 통해 주식 계좌간 이전이 가능하다.
조세연구원은 금투세에서 5000만원의 기본공제를 다수의 금융회사에서 분할 적용받을 수 있도록 하면서 시스템 개발 등 금융회사의 업무 부담이 커지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금융 인프라스트럭처 투자 여력이 부족한 중소형 금융회사는 경쟁력을 잃어 도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당초 정부가 2023년부터 도입 방침을 밝힌 금투세는 대주주 여부와 상관없이 주식·채권·펀드 등 금융투자로 5000만원이 넘는 소득을 올린 투자자에 대해 20~25%의 세금을 부과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이를 2025년으로 2년 유예 시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금투세 도입 연기는 세법 개정 사안으로 여소야대 국회에서 추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금투세는 5000만원이 넘는 소득을 올린 고액 투자자에 한정된 세금인 만큼 대다수 개인 투자자는 해당 사항이 없고, 이미 국회
이와 관련해 김태년 민주당 의원은 최근 추경호 부총리 인사청문회에서 "주식 양도세(금투세) 유예를 민주당이 합의해주겠느냐"며 "괜히 유예를 말해서 시장 혼란만 야기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전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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