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에 신고하자 차로 들이 받아…'웃고 있던' 가해자
지난 3월 25일 비가 내리던 밤 11시 30분쯤, 서울 용산동의 한 가게 앞에 차가 도로를 막고 멈춰 섰습니다. 상황을 지켜보던 가게 주인 A 씨는 오르막길을 올라오던 차들이 주차된 차 때문에 움직이질 못하자 운전자끼리 말다툼이 일어났다고 기억했습니다. 도로에 차를 세워뒀던 남성은 신경질을 내며 이번엔 가게 주차장 앞으로 차를 옮겨 세웠습니다.
"저희 차도 나가야 되는 입장이어서 '차 좀 빼주시겠어요?' 그랬더니 자기는 시장에 볼 일 보러 왔으니까 끝날 때까지 기다리래요." 주차 문제를 두고 A 씨와 남성의 말다툼이 계속됐습니다. "'너네 장사 못 할 줄 알아', '차 빼주세요 한 번 부탁해봐'라고 하더라고요." 남성이 차를 움직이지 않자 A 씨는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경찰 오기 1분 전까지 버텨줄게 하고 웃더라고요." A 씨는 경찰과 통화할 때 남성이 웃으면서 차에 올라타 차를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설명했습니다. A 씨가 급하게 휴대전화로 차량 번호판이라도 찍으려고 하자 남성은 A 씨를 향해 차를 몰았습니다. 5-6차례 A 씨를 차로 가격한 남성은 그대로 현장을 빠져나갔습니다.
"뭔가 다른 일로 인해서 짜증이 났던 것 같은데 그걸 저희한테 풀은 것 같아요." 현장에 함께 있던 가게 직원 B 씨는 신경질을 내던 남성을 기억하면서 배달 때문에 차를 빼달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며 하소연했습니다. B 씨는 "남성이 차를 다른 차들이 통행할 수 있게끔 길 한 쪽에 붙여 세웠다면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며 가게 주차장 앞에 차를 세울 때도 차들이 통행하지 못하게끔 세워둬 다툼이 생겼다고 말했습니다.
"본인이 '죄송합니다'가 아니라, 저희한테 '차를 빼주세요'라고 정중하게 부탁을 하라는 게 너무 어이없는 거죠."
■ "언제든 가해자 다시 올 수 있어 불안해"
"점점 몸이 안 좋아져서, 다리랑 손쪽에 마비가 와서…." 자신에게 돌진하는 차량을 손과 몸으로 막았던 A 씨는 최근까지도 몸이 좋아지지 않아 지난 1일 병원에 입원을 했습니다. "이 근처에는 MRI시설 가진 데가 멀리 밖에 없어요. 병원 치료를 가면 1시간, 2시간 (가게가) 비게 되는데 그러면 B 씨 같은 경우는 혼자 여기를 어떻게…."
가해 남성에게는 특수 폭행 혐의가 적용됐습니다. 경찰은 남성의 소재를 파악해 출석을 요구했지만 응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남성이 여러 차례 경찰의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경찰은 체포를 검토할 수 있습니다. 경찰은 남성에게 두 번째 출석 요구를 했지만 여전히 답은 없습니다.
사건을 겪은 뒤 심경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B 씨가 어렵게 입을 뗐습니다. "자꾸 사람들을 쳐다보게 돼요. 주변에 누가 나를 보고 있다라면 왜 나를 쳐다보고 있지 저 사람이 혹시 저 사람이 들어와서 나한테 이렇게 할 거 아닐까라는 불안함에 정말 진짜 힘들어요."
B 씨는 사건 이후 가게 인근에 차가 서 있으면 남성이 찾아온 것은 아닐까하는 불안감에 시달립니다. 남성이 아직 검거가 안 돼 '두고 보자'던 남성의 말이 B 씨 곁을 맴돕니다. B 씨는 최근 불안감에 새벽에 잠에서 깨는 일이 부쩍 늘었습니다.
"(B 씨가) 주방에서 요리도 못하고 울고 있어요. 그 나이대만 나타나면 난리가 나는 거예요." A 씨도 사건 이후 보복을 당하진 않을까 무서울 때가 있지만 B 씨가 걱정돼 내색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A 씨는 불안감이 너무 커져 지난달 25일부터 이번달 9일까지 세 차례 심리 상담을 받았는데 스트레스 지수가 상당히 높게 나왔습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정도를 확인할 수 있는 검사에서 A 씨는 45문항 중 총 37점을 받았습니다. 상담사 소견에 따르면 "범죄 피해로 인한 트라우마가 매우 높은 수준으로 드러나고 있어 이후 6개월 이상의 장기적인 심리치료가 필요"한 수치입니다.
"빨리 범인을 잡아줬으면 좋겠어요. 돌아다니다가 혹시 나를 마주치면 또 (범죄를 저지를지) 모르잖아요." 인터뷰가 마무리될 무렵, A 씨와 B 씨는 모두 검거가 더이상 늦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을 한목소리로 전했습니다.
[ 이혁재 기자 yzpotato@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