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많이 내렸던 설악산서 '미끄럼' 사고 잇따라…1명 사망, 2명 부상
헬기 투입 등 구조 어려워…관계자 "비법정탐방로 이용 자제해달라"
헬기 투입 등 구조 어려워…관계자 "비법정탐방로 이용 자제해달라"
↑ 구조 작업 중인 국립공원 구조대와 119구조대 / 사진=연합뉴스(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 제공) |
설악산 정상에서 내려오다 실종된 한 50대가 신고한 지 31시간 만에 무사히 구조됐습니다.
강원도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 등이 오늘(28일) 발표한 것에 따르면 50대 A씨는 지난 26일 저녁 7시 45분쯤 칠성봉 인근에서 "다리가 부러졌다"며 119에 신고했습니다. 지난 25일 저녁 9시 15분쯤 남설악탐방지원센터를 출발해 대청봉에 도달한 A씨는 가족에게 "하산을 시작한다"는 문자를 보낸 뒤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19구조대와 국립공원 구조대 등 구조 당국은 A씨가 신고한 위치 등을 중심으로 3시간이 넘도록 야간 수색을 진행했지만, 이 지역이 출입 금지구역(비법정탐방로)에 속해 있어서 A씨의 위치를 금방 찾을 수는 없었습니다.
이에 구조 당국은 상황판단 회의 등을 거쳐 8개 팀을 구성했고, A씨의 이동 경로를 추정해 가며 다음 날까지 수색 작업을 이어갔습니다. 31시간에 달하는 긴 수색 끝에 당국은 마침내 어제 오후 6시쯤 작은형제바위골에서 A씨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발견 당시 A씨는 비를 맞아 저체온 증세를 보였지만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특히 이번 사고 같은 경우 설악산에 전날부터 비가 많이 내려 헬기가 뜰 수 없는 상황이라 구조대가 A씨를 수색하고 구조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A씨에게 응급처치를 한 구조 당국은 들것과 로프 등을 써가며 길이 없는 계곡을 통과한 끝에 발견한 지 10시간 만에 A씨를 무사히 이송했습니다.
연휴 첫날인 어제는 A씨처럼 설악산에 올랐다가 숨지거나 다치는 사고가 잇따랐습니다.
강원도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어제 오전 11시 50분쯤 인제군 북면 한계리 설악산 대승령 인근에서는 산악회 회원인 50대 B씨가 원정 훈련을 왔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심정지가 온 B씨는 10시간 만에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습니다. 이에 앞서 어제 오전 5시 40분쯤 설악산 작은 형제바위 근처에서도 50대 C씨가 다리를 다쳐 병원에서 치료받았습니다.
↑ 설악산 대승령 인근에서 구조 작업 중인 소방 당국 / 사진=연합뉴스(강원도소방본부 제공) |
B씨와 C씨도 A씨와 마찬가지로 궂은 날씨 탓에
홍성표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 재난 안전과장은 "설악산과 같은 장거리 고지대에서 혼자 비법정탐방로를 오르다 문제가 생기면 위치 파악과 구조가 어렵다"며 "정규 탐방로를 이용해달라"고 등산객들에게 당부했습니다.
[주나연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juliet31225@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