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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총상을 입은 밀러 대위는 숨지기 직전, 라이언 일병에게 이런 말을 남깁니다.
'Earn this, Earn it.' (꼭 살아서 돌아가, 우리 몫까지 잘 살아야 해.)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참전한 4형제 중 3형제가 전사하자, 막내라도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야 한다며 미 국방부가 내린 구출 작전을 다뤘습니다.
우리는 어떨까요. 오늘 아프리카 해역에 파병 중인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 장병들이 군용기에 실려 귀국했습니다. 승조원 301명 중 82%가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최악의 집단감염을 겪고요. 밀폐된 함정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백신 접종이 최우선 순위이었어야 했건만, 어쩌다 이런 사태가 빚어졌을까요?
군 당국은 '먼바다에서 작전을 수행하는 만큼 백신 접종 뒤 이상 반응이 나타나면 대처가 힘들고, 백신 보관을 위한 초저온 냉동고가 함정에 없어 접종하지 못했다.'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청해부대가 달이나 화성으로 간 것도 아니고, 백신 300개를 냉동 보관 박스에 담아 군용기에 실어 보내 바로 맞췄으면 되지 않을까요. 그리고 문무대왕함은 식자재 공급 등을 위해 며칠씩 인근 항구에 정박합니다. 그럼 이때 백신 접종과 사후 관리도 가능했었을 겁니다.
한국군 사상 첫 전투함 파병부대인 청해부대는 2011년 해적에게 피랍된 선박을 '아덴만 여명작전'으로 구출해 낸 바 있습니다. 그런 청해 부대원들이 군 지휘부 때문에 임무도 완수하지 못한 채 퇴각하게 된 거죠.
그뿐만 아니라 당국은 돌아오는 작전명 '오아시스'를 홍보하듯이 공개했습니다. 20여 국가의 영공을 통과할 때 교신을 하며 사용해야 할 은밀한 작전명을, 여기에 생명과 휴식의 의미를 담았다며 자랑하듯 공개한 겁니다.
클라우제비츠는 '전쟁론'에서 '최고의 지휘관은 마찰적 요인이 있는 상황에서 부하들의 사기를 올려 승리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라고 규정했습니다.
5개월 동안 '노(NO) 백신'으로 해상작전을 하던 청해 부대원들의 사기는 어땠을까요? 청해 부대원들의 쾌유를 빕니다.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군인을 못 지킨 국가'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