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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 대한민국은 세계 최초로 5G 이동통신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앞서 2004년엔 와이브로를, 1996년엔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도입했었죠. 이런 성과 덕에 우리나라가 'IT 강국'이라고 불리는 겁니다.
그런데 최근 잇따른 '코로나19 백신 사전예약' 사이트 접속 불통 사태를 보면 과연 'IT 강국'이 맞나 싶죠. 왜 이렇게 됐을까요. 무엇보다 정부의 준비 부족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합니다.
아주 기본적으로 그냥 더하기 산수만 해봐도 230만 명을 대상으로 예약을 받는데, 30만 명이 접속 가능한 서버를 준비했습니다. 이미 여러 차례 접속이 안 된다는 불만이 있었으니, 한 명의 예약을 위해 가족이나 친지들이 총동원된 집도 있고, 그럼 더 많은 이들이 접속을 했겠죠. 누구 한 명은 성공하겠지 하면서요. 그럼 수백만 명이 접속을 한 셈이 됩니다.
4차 유행으로 국민들이 백신을 애타게 찾을 것이 예견됐음에도 추가 서버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겁니다. 오죽하면 문재인 대통령이 'IT 강국의 위상에 걸맞지 않다.'라며 민망해하기까지 했고, 그 뒤에야 좀 나아졌죠.
백신 공급을 둘러싼 정부의 오락가락 발표도 혼란을 가중시켰습니다. 백신 예약은 선착순이 아니라더니 55~59세는 백신 부족으로 결국 185만 명만 선착순 예약이 돼 버렸고, 50대는 당초 모더나를 맞기로 했지만, 화이자도 병행 접종하는 것으로 변경됐습니다. 질병관리청도 백신 공급이 뒤틀린 걸 인정한 겁니다.
청와대는 지난해 말 '대통령이 나서 모더나 2천만 명분을 확보해 2021년 2분기부터 들어올 것'이라고 했었고, 정부 주요 인사는 '백신 도입이 중요한 게 아니라 도입 시기가 중요하다.'라는 야당의 지적에 '백신 가뭄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발끈했었습니다.
김구 선생은 백범일지에서 '우리나라가 지향해야 하는 건 군사력이나 경제력에 바탕을 둔 물질적인 부강국가보다, 삶의 질을 바탕으로 하는 문화국가'라고 했습니다. 김구 선생이 현재 이 상황을 보고 있다면 우리나라가 과연 국민 삶의 질을 높이는 '문화국가'라고 생각할까요?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국민의 '백신 분노' 아는가'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