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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가난한 이가 혼자 죽는 것 같다. (중략) 부름을 받고 다다르는 곳곳에, 가난과 고독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검게, 색 바랜 빈곤의 잎사귀가 우수수 도처에 널브러져 있는 것 같다.' ('죽은 자의 집 청소' 김완 에세이)
이 책 속 '가난한 자의 죽음'과 유사한 주검이 얼마 전 발견됐습니다. '형사님들 나는 사기, 폭력으로 인해 죽음을 당합니다." 하루 벌어 어렵게 살아온 60대 남성이 자신의 휴대전화에 남긴 유서의 첫 줄이지요.
그의 삶 곳곳에는 가난이 덕지덕지 붙어있었습니다. 초등학교만 마친 뒤 일용직을 전전하며 동생들 뒷바라지하느라, 결혼은 꿈도 꾸지 못한 채 마을회관 2층에서 숙식을 해왔다고 하거든요. 그런 그에게 꿈이 생겼습니다. 일을 하는 데 필요한 트럭이 시세의 절반인 300만 원에 올라온 걸 인터넷에서 발견한 겁니다. 들뜬 마음에 달려갔지만, 허위 매물이었습니다. 게다가 온몸에 문신을 한 매매업자들은 발길을 돌리려는 그를 감금하고는 시가 200만 원짜리 트럭을 700만 원에 강매했습니다. 전 재산이다시피 한 300만 원을 날리고, 빚까지 떠안은 그는 결국 열아흐레 뒤 마지막 선택을 했습니다.
이 남성은 '사회적 타살'을 당했습니다. 중고자동차 허위매물과 강매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거든요. 시장 규모 20조 원에 달하는 중고차 매매업은 2013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대기업의 신규 진출과 확장이 제한돼 왔습니다.
현대차가 지난해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지만,
업계의 반발을 의식한 정치권과 정부의 무성의로 실타래가 풀리지 않고 있습니다.
'네가 세상에 태어났을 때 너는 울었고, 모든 사람은 기뻐했다. 네가 세상을 떠날 때는 주변 모든 사람이 울고, 너만 미소 지을 수 있도록 살아라.'
톨스토이의 '인생독본'이 가슴 먹먹하게 다가옵니다. 가난을 딛고 일어나려다 억울하게 생을 마친 그의 영혼이 그곳에서라도 안식처를 찾기 바랍니다.
김주하의 그런데, '어느 가난한 자의 죽음'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