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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비경이 얼마나 뛰어난지 '잡초'도 '약'이 되는 곳이 있습니다.
'금강산에서 돋아나는 풀과 열매들 치고 약이 안 되는 건 하나도 없지.
(할아버지는 금강산에서 사십니까?)
금강산이야 내가 태를 묻은 향촌이고.'
1만 2천 봉우리를 자랑하는 금강산은 아름다운 명승지이자, 예로부터 김홍도, 정선 등 문인들에게 사랑을 받았죠. 영국 지리학자 이사벨라 버드 비숍은 1890년 금강산을 본 후 '너무 황홀해 사람을 마비시킬 지경'이라고 했습니다. 국내외를 불문하고 금강산은 성지 같은 존재인 거죠.
그런데, 이 금강산을 두고 또다시 들썩이고 있습니다. 그것도 '골프'로요.
이중명 아난티 그룹 회장 겸 대한 골프협회 회장이 '2025년 골프 세계선수권대회를 금강산에서 열자'고 제안하자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금강산 비경 아래 세계 골프선수들이 모여 겨루는 모습을 상상해보면 설렌다'라며 '도움과 협력,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라고 했거든요.
이게 가능한 얘기일까요?
북한이 관광산업 재개를 준비한다는 소식이 들리지만, 골프 대회 개최는 먼저 국제 사회의 대북 제재 위반 소지가 있습니다. 또 2025년까지 국제 사회관계가 어떻게 전개되느냐. 역시 아주 중요합니다.
거기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금강산 내 남측 시설을 싹 들어내라'며 독자적인 개발 의지를 드러냈었죠.
그런 점에서 '금강산에서 골프 대회'는, 진정한 남북 관계 개선보다는 당국자들의 '보여주기식' 논의에 그칠 소지가 다분해 보입니다. 자칫 금강산이 '독'이 될 수도 있는 겁니다.
프랑스 사상가 알랭은 '사람이, 말을 하기 전 잠시 생각하고 내뱉는 게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라고 했습니다.
지금은, 북한에 골프장을 짓기보다는 생사의 위기에 놓인 자영업자나 청년에게 집중하는 게 먼저 아닐까요?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금강산에서 골프를?'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