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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파헤쳐주게 우리 같은 사람이 있는 한 아직은 안 늦었네.'
TV 드라마로도 널리 알려진 '엑스파일'은 FBI 특수요원 두 명이 파일 넘버 'X'로 시작하는 외계인과 각종 초자연적인 현상을 다루죠.
1987년 직선제 이후 우리 대통령 선거는 X파일이 좌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가장 충격적인 건 2002년 대선을 앞두고 터진 '김대업 X파일'이었죠. 김 씨는 병역 비리 민간수사관이라는 신분과 구체적인 정황 자료로 이회창 낙선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훗날 명예훼손과 무고로 실형을 선고받지만 이미 버스는 떠난 뒤죠.
그런데, 요즘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X파일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현재 중앙지검에서 장기 수사 중인 윤 전 총장 부인이나 장모와 관련된 게 아니라 '검사 윤석열'에 관한 거라고 하지요. 예를 들면 '특정 재벌과 관련된 사건을 덮어줬다.' 이런 거요.
여기에 집권당 대표가 '윤석열 파일을 차곡차곡 준비하고 있다,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하면 내부검증 때 수많은 상처를 입고 탈락할 수 있다.' 고 했고, X파일이 야당에서 돈다는 소문도 있으니 누가 X파일을 만들었는지, 진짜 있기는 한 건지, 아니면 없으면서 있는 것처럼 부풀려 내분을 유도하는 건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청나라가 망할 무렵, 얼굴 두껍고 속 검은 역사적 인물들을 연구한 '후흑학'이 나왔는데, 이에 따르면 난세에는 정의나 양심보다는 후흑이 승리할 때가 많았다고 합니다.
윤 전 총장은 '전혀 거리낄 게 없다.'고 하지만, 공격자 측에선 정치 초년생이자 대권 주자 1위인 윤 전 검찰총장의 X파일이 성공하면 대박이고, 실패해도 별 손해가 없으니 그야말로 해볼 만한 게 되지요.
대통령 선거는 한국의 미래가 걸린 만큼 혹 X파일이 있다면 음지에서 부풀리지 말고, 당장 공개해서 떳떳이 검증받게 해야 합니다. 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후흑과 이간계가 판을 치는 낡은 공작정치가 존재해서야 되겠습니까.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정치인과 엑스파일'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