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보기
그리스 신화 속 조각가 피그말리온은 아름다운 여인상을 만들고 사랑하게 되는데, 여신 아프로디테는 그 사랑에 감동해 조각상에 생명을 불어넣어 줍니다. 만일 피그말리온이 만든 조각상이 형편없거나, 사람이 아닌 동물이었다면 아무리 애원을 해도 꿈은 이뤄지지 않았겠죠.
마찬가지입니다. 정부와 여당이 공들여 만들었다고 해도 애당초 잘못 만들어진 법이라면 아무리 기대를 하고 소원을 빌어야 백약이 무효일 겁니다.
'평균 3.5년에서 시행 뒤에는 약 5년으로 증가했습니다. 임차인의 주거 안정성이 그만큼 크게 제고된 것으로 평가합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임대차 3법 덕에 지난 5월 기준으로 서울 주요 대단지의 전세 계약 갱신율이 77.7%로 올랐다며 자화자찬했습니다.
그런데, 핵심지표인 서울지역 전셋값이 1년 만에 무려 25.6%나 오른 것과 서민에게 큰 부담이 되는 월세 비중이 높아진 건 쏙 뺐습니다. 전세 갱신율만 갖고 시장이 안정됐다고 자랑하니 오히려 군색해 보이기까지 했죠.
지난해 7월 시행한 임대차 3법은 멀쩡하던 전·월세 시장을 난장판으로 만든 대표적인 악법으로 꼽힙니다. 가격 폭등 뿐 아니라 같은 단지에서 전셋값이 수억 원씩 차이가 나는 '이중가격'도 고착화 됐고, 임대인과 임차인 간 갈등으로 홍 부총리마저 뒷돈을 줄 정도였으니까요.
문제는 지난해 7월 임대차법 시행 이후 체결한 갱신계약이, 내년 7월부터 만기가 돌아온다는 겁니다. 그럼 2년간 억제됐던 보증금에 더해, 앞으로 4년간 묶이게 될 계약 기간에 대한 보상심리까지 가세해 그 불똥이 어디로 튈까요.
니체는 '확신은 거짓보다 더 위험한 진실의 적'이라고 했습니다.
전·월세 문제의 정확한 진단과 처방은 외면한 채, 가당치 않은 논리로 진실을 호도하고 있으니 '미친' 집값과 전·월세값 동반 상승이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겁니다.
우리 국민 모두는 집주인 이거나 세입자이지요. 정부 여당은 한가하게 임대차 3법에 대한 공치사를 할 때가 아니라 당장 불합리한 규제를 풀어 세입자들의 눈물을 닦아줘야 합니다.
집 없는 서민을 위한다고요? 그 집 없는 서민은 전·월세에 살고 있습니다.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전세난 자화자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