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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누구죠?'
'자넨 스타야.'
'전부 가짜였군요.'
'자넨 진짜야.'
트루먼은 자신의 삶이 생중계되는 세트장에서 가짜 인생을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정체성을 되찾아 현실 세계로 돌아가며 이렇게 탄식하듯 말합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SH(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으로 임명하려던 김현아 전 의원은 서울과 부산에 부동산 4채를 소유한 게 밝혀지면서 논란 끝에 물러났지요.
그런데 김 전 의원이 사퇴하는 과정은 한편의 블랙 코미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다주택자가 서민 공공임대주택을 책임 관리하는 SH공사 사장으로 적합하냐는 비난에, 김 후보자는 '시대적 특혜였다.'라는 군색한 해명과 함께 서울 강남에 있는 2주택은 쏙 빼놓고 부산 부동산만 매각하겠다고 해 결국 더 깊은 진흙밭에 빠지고 말았거든요.
심지어 부동산 전문가인 김 전 의원은 청와대 정부, 여당에서 투기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다주택자들을 매섭게 비판해온 야당의 대표 공격수였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지난달 5일 김 후보자를 내정했던 오세훈 시장이 임명을 강행하려고 거의 한 달을 끌다가 갑자기 생각을 바꿔 김 후보자를 사퇴시킨 이유는 뭘까요? '보수 야당, 너희는 대체 뭐가 다른데'라는 성난 부동산 민심을 뒤늦게 알아챘기 때문일 겁니다.
여당이 내로남불의 전형이라 불리는 이유, 그 시발점이 바로 한 사람, 조국 전 장관이었기에 어쩌면 김현아 한 사람이 야당에서 그런 역할 아닌 역할을 하게 될까 겁이 났을 수도 있지요.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는 '오늘의 불행은 언젠가 내가 잘못 보낸 시간의 보복'이라고 했습니다. 왜 우리 국민들은, 우리 정치인들을 보며 이 말을 떠올리게 될까요.
리얼리티 쇼는 영화 속에만 있는 게 아닙니다. 이 땅의 서민들은 어쩌면 다주택자인 김현아 한 사람만 읍참마속 하는 내로남불식 모습을 진짜 리얼리티 쇼로 보고 있을지 모릅니다.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내로남불 '부동산 쇼'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