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보기
역대 미 국방부 장관 가운데 최장기간 재임한 로버트 맥나마라.
포드자동차 사장 출신인 그는 44살에 케네디 대통령에게 발탁돼 무려 7년 이상, 냉전시대 미국의 국방과 안보 정책을 이끌었습니다.
베트남전으로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비대해진 국방 조직과 예산제도를 개혁, 군 내부의 인종차별 철폐 운동을 전개한 것도 유명합니다.
더불어민주당이 해병대 채 상병 순직에 대한 책임을 물어 이종섭 국방장관의 탄핵을 추진하자 이 장관이 사표를 냈죠.
대통령은 탄핵 소추된 사람의 사직원을 접수하거나 해임할 수 없기에, 혹 민주당이 탄핵을 의결해 헌법재판소 선고까지 수개월 동안 국방장관 자리가 비게 될까 우려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거 어디서 많이 본 듯하지요. 지난 2월 이태원 참사에 대한 책임을 물어 탄핵 소추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요. 이때도 헌법재판소가 기각 결정을 내릴 때까지 무려 167일간 행안부 장관 자리는 공백이었습니다.
행안부와 국방부의 경중을 따질 순 없겠지만 만약 국방장관의 자리가 비면 우리 안보는 어떻게 될까요.
어제도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이어졌고, 김정은과 푸틴은 무기 밀거래에 위성기술 제공, 합동군사훈련까지 논하고 있는 이 와중에 꼭 국방장관 자리까지 정쟁의 도구로 삼아야 하는 걸까요.
물론 채 상병 사망 사건 등을 보면 국방부와 장관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찜찜한 대목이 있습니다. 야당 입장에서 이를 따져 묻는 건 당연한 거고요.
하지만 하필 이 위중한 시기에 국방장관에게 또 탄핵 압박을 가하는 게 과연 합당할까요.
일을 못 하게 하는 게 아니라 잘하게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정치는 말로 하는 건데, 센 말을 반복하다 보면 곧 그 말에도 감흥을 잃게 됩니다. 그런데도 꼭 마지막 카드만, 가장 센 말부터 꺼내 드셔야겠습니까.
다른 방식으로도 책임을 물을 줄 아는, 그래서 정말 상대방이 긴장하고 국민도 심각성을 체감케 하는, 좀 더 지혜로운 말을 찾지 못하는 우리 정치권이 참 많이 아쉽습니다.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안보마저 정쟁의 도구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