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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기자M 강서영입니다.
'은행 사막'은 식물이 부족한 사막처럼 은행이 부족한 지역을 말합니다.
올해도 주요 시중은행들이 앞다퉈 점포를 통폐합하면서 은행 사막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데요.
2015년까지만 해도 전국에 7,100곳이었던 은행 영업점은 코로나를 거치며 1,400곳 넘게 사라졌습니다.
5곳 중 1곳 꼴입니다.
그렇다면 실제 현장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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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폐쇄된, 대구에 있는 IM뱅크 영업점입니다.
열흘 이상 지났지만, 여전히 폐쇄 사실을 모르고 헛걸음하는 시민들이 많습니다.
▶ 인터뷰 : 은행 이용객
- "여기는 없네. 대구은행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돈을 찾으려고 하는데. 말을 안 하고. 참말로. 없어진다고 대구은행에서 문자도 발송 안 해주고."
▶ 스탠딩 : 강서영 / 기자
- "이곳 서대구지점이 없어지면서 주민들은 같은 은행 영업점을 이용하기 위해 1.2km를 더 가야 하는 상황입니다."
동네 중앙에 있던 영업점이 사라지면서 반경 1km가 은행 사막이 된 겁니다.
▶ 인터뷰 : 은행 이용객
- "은행이 저 멀리 있으니까 버스를 타고 가야 돼요. (모바일 뱅킹은)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잘 몰라서 사용을 못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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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성인 10만 명당 은행 영업점 수는 12.7개로, 미국과 일본은 물론 OECD 평균보다도 적습니다.
지방일수록 은행 사막화는 더 심각합니다.
은행을 가기 위해 서울은 집에서 400m만 나와도 되지만, 지방일수록 점점 멀어져 강원에서는 6㎞를 넘게 나와야 합니다.
20km 넘게 나와야 하는 곳도 있었는데, 강원 양구와 경북 상주처럼 금융 취약계층인 고령층이 많은 지역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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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상주에 사는 김남열 어르신은 은행을 오고 가는데만 하루 5시간을 쓰고 있습니다.
그나마 가장 가까운 지역 농협은행이 마을에서 약 8km 거리인데, 교통편도 여의치 않기 때문입니다.
▶ 인터뷰 : 김남열 / 마을 주민
- "볼 일 보고 이러면 오전 내내 걸리죠. 아침에 6시 50분에 나가서 기다렸다가 이제 은행 문 열면 (들어가고.) 너무 불편해요. 진짜."
일반 시중 은행은 마을에서 20km나 떨어져 있기 때문에 차가 없는 어르신은 엄두조차 낼 수 없습니다.
▶ 인터뷰 : 이호익 / 마을 이장
- "다른 은행을 이용하려고 그러면 상주 시내까지 가야 되는데 상주 시내까지는 차로 한 35분 40분 걸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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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은 얼마 전 은행이 점포를 함부로 폐쇄하지 못하도록 자체 사전영향평가를 하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은행들도 할 말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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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출금 거래의 80% 이상이 인터넷과 모바일로 이뤄지는데, 영업 점포를 운영하는 건 비효율적이라는 겁니다.
이에 거점 점포나 대리 점포와 같은 대안도 논의되고 있습니다.
▶ 인터뷰 : 허준영 /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 "꼭 은행들의 영업점이 아니더라도 (우체국처럼) 은행들의 업무를 대리할 수 있는 어떤 영업점들을 유지하는 방안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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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디지털화를 피할 순 없다지만 누군가에겐 오프라인 영업점은 절실합니다.
그 딜레마의 절충점은 어디일까요.
지금까지 경제기자M입니다.
[강서영 기자 kang.seoyoung@mbn.co.kr]
영상취재 : 김민호 기자 , 백성운
영상편집 : 김혜영
그래픽 : 송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