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불법 사찰 사건은 지난 20010년 6월로 김종인 전 KB 한마음 대표가 불법 사찰 의혹을 주장하면서 시작됐습니다.
「2008년 9월 자신의 블로그에 이명박 대통령을 비하하는 '쥐코 동영상'을 올린 것을 시작으로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전방위적인 사찰을 했다는 것입니다.
」
총리실이 자체 감사에 나섰고, 검찰도 특별수사팀을 꾸려 수사에 들어갔지만, 총리실 국장을 비롯한 직원 몇 명을 기소하는 선에서 수사가 끝났습니다.
윗선 의혹이 있었지만, 사건은 그렇게 묻혔습니다.
기억 속에서 잊히던 불법사찰 사건은 실무자였던 장진수 전 주무관의 폭로로 다시 떠올랐고, 검찰이 재조사에 들어갔습니다.
「장진수 전 주무관은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 소속의 최종석 전 행정관이 대포폰을 주며 증거인멸을 지시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입막음용'으로 2천만 원이 오간 사실도 폭로했습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5천만 원을 추가로 장전 주무관에게 줬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임태희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 금일봉을 줬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
장전 주무관의 얘기를 종합하면 불법 사찰과 증거 인멸을 지시한 곳이 청와대였다는 얘기입니다.
「2천만 원을 장 전 주무관에게 건넸다는 의혹을 받는 인물은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입니다.
」
이 전 비서관은 어제 기자회견을 자청해 장 전 주무관의 주장이 사실이며, 그리고 증거인멸 지시의 윗선은 바로 자신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 인터뷰 : 이용호 / 청와대 전 고용노사비서관
- "내가 몸통입니다. 내가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있는 내용을 철저히 삭제하라는 지시를 하였습니다."
이 전 비서관의 말처럼 자신이 의혹의 최고 윗선이자 몸통일까요?
그런데 사람들은 이 전 비서관이 윗선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뭔가 윗선이 더 있고, 이 전 비서관이 그 윗선을 위해 자신이 몽땅 뒤집어쓰려는 것 같다고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습니다.
윗선은 어디일까요?
불법사찰과 증거인멸의 중심에 있는 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은 도대체 왜 만들어졌고, 무슨 일을 하던 곳일까요?
「공직윤리지원관실은 이명박 정부 출범 초 정권을 뒤흔들었던 촛불 시위 직후 조사심의관실이 확대 개편되면서 탄생했습니다.
총리실 산하인 만큼 공식 라인은 총리실 사무차장과 청와대 민정수석실입니다.
」
「그런데 이상하게도 공직윤리지원관실은 총리실도,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지휘도 받지 않고 '노동' 라인은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을 통해 많은 지시를 받았다고 합니다.
공직기강이 왜 아무 관계도 없는 고용노사비서관실의 지시를 받았을까요?」
이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에게는 단 하나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고향인 포항과 그 근처인 영일 출신들이라는 겁니다.
현 정부 최대 실세였던 영포라인에 있던 사람들입니다.
「폭로 주체인 장진수 전 주무관, 그의 상관이었던 이인규 전 공직윤리지원관, 장씨에게 2천만 원을 줬다는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 장씨에게 공직윤리지원관실 컴퓨터 파기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최종석 전 청와대 행정관이 모두 영포라인이었습니다.」
「영포라인 얘기가 나오면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2차관과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의 이름이 빠지질 않습니다.
」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지만, 이런 이유 때문에 이용호 전 비서관이 증거인멸 지시의 몸통이 자신이라고 아무리 주장해도 사람들은 더 윗선이 있을 것으로 추측하는 것 같습니다.
윗선이 더 있는지는 검찰이 풀어낼 숙제이지만, 이미 불똥은 정치권으로 튀었습니다.
야권은 당장 이 문제를 선거 쟁점화하고 있습니다.
박지원 민주통합당 의원의 말입니다.
▶ 인터뷰 : 박지원 / 민주통합당 최고위원
- "이영호 씨가 내가 몸통이라고 외치지만 그것을 믿는 국민은 아무도 없다. 그 몸통은 바로 청와대다. 박영준과 형님으로 이어지는 영포라인과 청와대가 몸통이다"
새누리당 역시 공식 논평을 내놓고 있지는 않지만, 불법 사찰 문제가 이명박 정부의 도덕성 시비로 이어지고 총선에서 정권 심판론에 힘을 실어주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새누리당은 다시 이명박 정부와 선 긋기에 나선 듯합니다.
「이상돈 비대위원은 '이명박 정권이 책임지고 했던, 또 그 과정에서 나왔던 모든 문제는 이명박 정권이 결자해지해야 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
잘못한 것은 새누리당과 관계없이 오로지 이명박 정부와 청와대가 책임져야 한다는 뜻일까요?
이명박 정부의 공과 실을 모두 떠안고 가야 한다던 기존 새누리당의 처지가 바뀐 걸까요?
새누리당의 선 긋기와는 다르게 쇄신파를 중심으로는 윗선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민간인 불법 사찰의 피해자이기도 한 남경필 의원은 어제 뉴스 M과 전화인터뷰에서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며 국정조사와 특검 얘기까지 꺼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 인터뷰 : 남경필 / 새누리당 의원
- "당시 대낮에 총리실에 들어가서 컴퓨터를 들고 나와서 파괴하는 행위는 웬만한 힘을 갖고 되는 일이 아니다. 누군가 윗선에서 지시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 문제가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청와대가 새누리당 공천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사는 이달곤 청와대 정무수석의 문자메시지, 그리고 민간인 불법 사찰이 그냥 가볍게 넘길 사안은 아닌 듯싶습니다.
새누리당으로서는 선거를 20여 일 앞두고 또 다른 악재를 만난 게 분명해 보입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 hokim@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