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길동은 실제 ’조선왕조실록’에도 이름이 오른 도둑이다. 연산군 시절의 도둑으로 기록되어 있는 홍길동은 허균의 소설인 ’홍길동전’의 모티브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그가 지금 시대에 실존하는 인물이라면 그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도둑에겐 정년이 없다지만 홍길동도 나이가 들면 은퇴시기를 맞게될 것이다. 홍길동은 과연 은퇴준비를 해놓았을까? 예상답변은 ’안했다’이다. 그는 단순한 도둑이 아닌 의적이었기 때문에 훔친 재물을 개인적으로 사용하기보다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캐릭터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런 그가 개인연금을 준비해뒀을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고, 때문에 홍길동의 은퇴 후 생활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관계자는 "은퇴 후 고민은 홍길동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의 고민"이라며 "은퇴 후 가장 이상적인 경제상황은 매달 생활비와 의료비 등의 연금을 충분히 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상적인 연금 준비는 국민연금과 퇴직연금, 그리고 개인연금의 3층 구조로 이뤄진다. 기초생활을 보장하는 국민연금과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진다는 의미의 퇴직연금, 개인이 자발적으로 준비하는 개인연금으로 은퇴 후 생활을 연금으로 준비하는 것이다.
개인연금 밑의 2층은 퇴직연금이다. 근로 소득자가 가입하는 연금으로 회사 또는 근로자가 관리한다. 직장을 그만둘 때 받는 퇴직금을 매월 연금으로 나눠 받을 수 있게 한 제도이다.
퇴직연금은 매월 급여에서 일정금액을 강제로 떼어 불입하는 저축수단으로 퇴직연금은 55세 이상이 되면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홍길동은 직장생활로 월급을 받는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퇴직연금에 가입하고 싶어도 가입할 수 없다.
그렇다면 홍길동에게 마지막으로 남겨진 연금카드는 국민연금이다. 소득이 있는 사람이면 의무적으로 가입해야하는 국민연금은 국가가 운영한다.
도적의 소득은 정부에서 파악할 수 없는 불법소득이기 때문에 국세청에서 보기에 홍길동은 무직에 무소득일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홍길동은 국민연금마저 준비가 어렵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홍길동만의 문제가 아니다. 2012년 기준으로 개인연금에 가입한 가구는 22.3%로 집계되고 있고, 가입했더라도 연금액수가 충분한 가구는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퇴직연금의 경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2008년 기준 한국의 자영업자 비중은 31.3%로 회원국 평균인 15.8%에 비해 두배 수준으로 높다. 자영업자는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퇴직연금 가입대상이 아니다.
마지막 보루인 국민연금의 상황도 만만치 않다. 국민연금공단이 베이비붐세대(1955~1963년생) 758만명의 노후준비 상태를 점검한 결과, 그 동안의 연금보험료 납부 이력만으로 노후에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사람(10년 이상 보험료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관계자는 "홍길동의 노후 준비가 부실한 것은 훔친 재물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헌신을 했기 때문"이라며 "현재 노후를 준비하고 싶은 중장년층에게 가장 큰 걸림돌은 자녀문제"라고 진단했다.
[이미연 기자]